결혼한 지 23년이 된 나는 결혼 초부터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사고로 인해 40여 년 하반신 불구로 사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힘이 들 때 마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야 한다는 말씀을 생각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시어머님께서 노환으로 얼마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삼우제를 지내고 나니, 이제는 어머님을 뵙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고통이 찾아오고 지난날에 잘 못 해 드린 것에 많이 괴로워했다.
그러던 차에 교우 한 분이 나에게 연도를 바치자는 제안을 해오셨다.
사실 연도의 의미를 잘 몰랐지만 연도를 바치면 그동안 시어머님께 잘못한 죄를 조금이나마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우제를 지내고 오순까지 연도를 바치기로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십일 가까이를 기도 바친다는 것은 교우분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사양했지만 교우분들의 강요에 결국 하기로 했다.
우리 모두 서툰 모습이지만 연도를 열심히 바쳤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리듬에 연연해하며 바쳤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러면서 한 구절 한 구절 의미를 느끼고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연도를 바치면서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배웠고, 겸손을 배웠고, 나를 비우는 마음을 배웠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배웠고, 나 자신을 낮추는 마음을 배웠다.
시어머님께서 병환으로 많이 고생하셨을 때도 자주 찾아와 기도해 주셨는데 이렇게 돌아가신 후에도 연도를 바쳐주신 교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히 생각한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이기주의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아직은 그래도 우리 주변에 마음 고운 좋은 분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남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진심으로 그 분들을 위해서 기도를 바쳐야 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하늘나라에서 시어머님께서 흐뭇하게 바라보시고 활짝 웃으실것만 같은 생각에 마음이 기쁘다.
조은옥 (로사리아. 수원교구 안산 본오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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