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론 떠나 ‘표시제’ 정착 시급
동, 식물의 어떤 특성을 드러내는 기능은 유전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물과 식물이 서로의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을까? 조금은 끔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동물과 식물,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 유전자의 교환이 가능하다.
특히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서로 다른 종간에 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유전자변형식품이다.
유전자변형식품의 사례로 찬물에도 잘 견디는 넙치의 얼지 않는 유전자를 추출하여 토마토에 삽입함으로써 추운 지방에서도 토마토를 재배할 수 있게 한다든지, 염분에 잘 견디는 유전자를 동물에게서 추출하여 벼에 이식함으로써 벼를 염분과 습기가 많은 해안지방에서도 경작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토플러의 문화발달과정의 제1물결은 농업사회문명으로 수렵, 채취사회에서 농경사회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농경사회에서는 우수품종을 가지는 육종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당시에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돌연변이를 이용하여 몇 세대의 교배를 거침으로써 원하는 품종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유전공학의 발전은 종의 경계를 넘어 타종의 유전자를 갖는 생명체를 형성 가능하게 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은 주로 유전공학기법을 이용, 병충해에 대한 새로운 저항성을 부여하고, 기후에 대한 생육환경을 극복하게 하며,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질 좋은 생산물을 양산하기 위해 외래유전자를 도입시킨 형질전환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옥수수, 대두, 쌀, 감자, 토마토 등이 실용화단계에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유전자변형식품을 들어보면, 1994년에 잘 물러지지 않는 연화지연 토마토 Flavr Savr?가 개발되었다. 토마토 안에는 토마토가 익으면서 스스로 물러지게 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토마토가 쉽게 물러지게 되는 경우 상품가치가 저하하기 때문에 토마토가 쉽게 물러지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이러한 유전자가 작용하기 못하게 함으로써 토마토가 물러지게 되는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1995년에는 해충저항성을 가지는 옥수수 Yield Gard?, 해충저항성 목화 Bollgard?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Bt 독성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옥수수 등에 삽입함으로써 작물 스스로 Bt독성을 생산 이파리를 먹는 해충을 죽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되는 Bt독성은 해충에게는 치명적이지만 식물이나 인간의 세포는 Bt 독성을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외에도 2000년에는 비타민 A가 강화된 Golden Rice?가 개발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유전자변형식품의 유용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식량문제를 해결과 질적 식품 영양 개선 등의 이유를 들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에 따르는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유전자변형식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첫째, 안전성문제이다. 최근 보고된 연구결과에 의하면(한겨레 2005.5.22.참조) 쥐실험에서 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먹은 쥐가 정상 쥐에 비해 콩팥이 작아졌음이 확인됨으로써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문제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둘째, 환경파괴문제이다. 해충저항성을 가지는 유전자가 생태계에 전이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독성을 스스로 생산하여 해충을 죽이는 유전자변형 Bt옥수수가 오히려 익충을 죽이고 해충의 내성을 증가시킨다는 미국 환경청보고가 있는가 하면, Bt옥수수의 독성이 모나크나비 유충에 치명적이라는 미국 코넬대학교의 연구보고도 있었다.
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한 현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이것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표시제’이다. 모든 식품에 대하여 유전자변형여부를 표시함으로써 국민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
우재명 신부 (서강대 신학대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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