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경제적인 영역을 넘어설 한미 FTA에 대해서, 그것이 가져올 지속적인 고민과 논란에서 한국 천주교회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을 보면 FTA로 상징되는 전세계 자유무역체제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으로 보인다. 국경을 넘어서는 무한경쟁이 오늘날 세계 상황의 흐름이라는 사실은 아직 선진 제국에 대해서 열악한 경쟁력을 지님으로써 우세보다는 열세에 머물고 있는 우리들에게 크게 우려되는 부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유무역체제가 세계적인 흐름이고 우리나라 역시 어쩔 수 없이 그 흐름에 밀려가야만 한다면 그 불가피성 안에서도 역시 가장 효과적으로 부작용과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정치, 경제, 사회적 대안의 마련은 우리 사회 전 부문에서 함께 경주해야 할 노력이지만, 특별히 한미 FTA가 열어젖히는 급속한 변화의 물꼬를 보면서 교회 역시 사목적인 차원에서의 대안 마련에 긴급하게 나서야 한다.
사실상 한미 FTA는 이념의 논쟁이 아니며 연구와 분석만으로 충분한 비현실적인 사안이 아니다. 이는 실제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당연히 현실 속에 살아가는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을 그 구성원으로 하는 한국 천주교회 역시 그 영향 아래 놓일 것이며, 결국 교회의 사목 환경과 조건의 변화를 가져오고, 교회의 사목 정책에도 진지하고 심각하게 그 변화와 영향의 추세와 양태가 반영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교회 안에서는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성찰, 조사와 분석이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연구소들은 신자들에 대한 사목적 연구 분석, 비신자들에 대한 복음화의 전략과 정책들을 연구한다.
하지만 교회내 연구소들과 사목 담당 부서와 담당자들은 사회경제적인 급격한 변화의 분석에 대해서 소홀할 수는 없다. 사목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는데, 사목의 대상인 신자들의 삶 자체가 자유무역체제가 가져오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권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목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된다면 이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교회는 이제 이에 대한 사목적 성찰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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