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을 보면, 덩치 큰 강아지가 꼭 저만큼 밖에 안되는 고양이 엄마 젖에 매달려 있거나 돼지 젖을 문 고양이 사진을 본다. 본성적으로 서로 용납하지 않는 이종간의 교분은 신문에 실릴 만큼 파격이다. 어미를 잃은 사자나 호랑이가 발견돼 집에서 자라기도 하는데, 적어도 야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다른 가축들과 곧잘 어울려 지내기도 한다.
‘운동’이 한창이던 70, 80년대에는 부자와 가난한 이, 권력자와 소시민, 자본가와 노동자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이상 사회를 일러 이렇게 노래했다. 사자와 양들이 함께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라고.
어떤 사람이든, 무한대의 권력과 재화를 보유한 사람이든지, 무에 가깝게 아무런 재물도 힘도 없는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상적인 세상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
바로 그 꿈의 실현을 위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청춘을 불살랐다. 그래서 얻어낸 것이 정치 민주화요, 사회 정의의 실현이었다. 삶을 억압하는 부당한 권력을 타도하고, 못 가진 자들이 억눌리는 불의한 사회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그 투쟁이 목표했던 이상 사회는 하느님 나라와 상통하는 것이었다.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당신 백성의 일원이었듯이, 아무리 미미한 자라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억압적인 구조의 희생양이어서는 안된다는 당위성, 그것이 바로 불타는 화염병, 빗발치는 최루탄의 궁극적 목표였다.
그러면 투쟁이 막을 내린 지금, 우리 사회는? 폭압적 억압의 시대는 갔지만 여전히 궁극의 목표는 성취되지 않았다. 아직도 가난한 이웃들은 우리 곁에 존재한다. 노골적인 억압은 아니지만 권력과 재화의 부재로부터 오는 무소유의 비참은 더 교묘하고 절망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상 속에 자리잡은 교회 안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가톨릭신문이 창간 80주년을 맞아 실시한 신앙생활 조사에 의하면 교회의 중산층화는 극심하다. 큰 걱정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계층이 교회 안에 많으니 그만큼 교회도 재화와 권력을 더 많이 소유한 셈이다. 그것이 무슨 근심꺼리일까마는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목은 이제 특수한 영역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먼저, 가장 깊은 애정으로 선택했던 가난한 사람들이 이제는 교회의 일상적 사목의 영역에서 벗어난, ‘특수사목’의 대상이 됐다.
부자라고 해서, 별로 살아갈 걱정이 깊지 않은 중산층이라고 해서 그들이 사자는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두 양떼일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누가 사자이고 양떼이든간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섞여서 똑같이 대접받고 사랑받는 공동체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회의 참 모습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리를 잃어가는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표상이 아니다.
성경은 예언자의 다소 극단적인 말을 통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해 일러준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이사야 11,6; 65, 25 참조)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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