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은 온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범인이 한국 국적의 교포학생이라는 사실에 한국민들의 충격은 엄청났다.
삶과 죽음이 순식간에 갈라져버린 그 사건현장에서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숨져간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또 가눌길 없는 슬픔에 잠겨 있을 유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국내외 언론과 양국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두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이러한 다양한 반응들은 때론 혼란을 야기하거나, 때론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기회도 됐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제대로 자라지 못한 인성(人性)이 얼마나 큰 희생을 초래할 수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한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또 과거 그러한 전력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 미국만의 일이겠는가. 또 희생자의 많고 적음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 이해심, 나아가 생명에 대한 경외와 특히 인간생명 존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은 물건 만들듯 하루 아침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군의 부모는 궁핍을 벗어나기 위해 이민을 택했고, 이민자의 삶은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조군은 무관심과 문화적 충격 속에 방치됐을 것이다.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소외감은 그릇된 복수심을 유발시켰고, 미리 미리 그리고 제때에 치유받지 못한 상처들은 되돌릴 수 없는 골이 되었으며, 그 분노의 표출은 결국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비극으로 끝났다.
이번 사건이 치정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든, 우울증에 시달리고 외톨이로 살아온 위험한 한 청년의 계획된 범행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과연 조군에게 인간에 대한 일말의 연민과 사랑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또 그러한 사랑을 심어주지 못한 가정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조군 역시 또 다른 피해자요 희생자로 볼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소유가 존재를 지배한다. 문제는 무엇을 가졌는가이다. 감사하는 마음, 배려, 이해심, 연민과 같은 선한 심성들은 그저 길러지지 않는다. 교육과 애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게 바로 본(보기)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버지니아 참사는 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동 시대인들 모두의 비극이요, 현실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