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특정 본당에 소속되지 않고 신앙생활을 했던 내게 한 신부님께서는 ‘프리랜서 신자’란 별명을 지어주셨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한 성가대의 발성지도를 맡게되었다. 처음엔 발성지도도 부담없이 시작했는데, 워낙 ‘프리랜서’ 근성이 강해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성당에 꼭 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연습이 있는 목요일 저녁은 참석해야할 음악회와 모임이 왜 그리도 많은지….
지난 4월 5일 성목요일에도 하필이면 가까운 후배가 독창회를 열었다. 고민끝에 리허설 중 축하인사라도 전할맘으로 길을 나섰다. 하지만 봄나들이객들로 교통체증은 심각했고 나는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안에서 성목요일 예절 시간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초조함에 젖어들어갔다.
하필 왜 이런 날 솔로를 맡게 됐는지 하느님이 원망스럽기까지 해 “주님! 저 시간안에 못가면 절대 안되는거 아시지요?”하며 협박성의 화살기도를 날려보냈다.
그런데 가까스로 성당에 도착하자, 성가대원들은 한치 흐트러짐 없는 전례가 되기 위해 단정히 준비하고 있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순간 교통체증 속에서 갈등하던 시간들, 늘 주님과 협상을 벌이며 기도를 드리는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했던지…. 이토록 부족하기만한 나를 오늘 이 자리로 불러주시고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함만이 넘쳐났다.
또 부활의 기쁨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기쁨의 축제가 되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박명랑(아가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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