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괴하는 환경호르몬 대책 마련하자
‘플라스틱 컵라면 용기가 정자수를 줄인다’, ‘물고기나 조개 수컷이 암컷으로 변한다’, ‘선진공업국가에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이 태어난다’….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에 관한 이 같은 주장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적잖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란 명칭은 특정 물질이 인체에 들어가 호르몬처럼 신체의 내분비계의 활동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상적인 호르몬은 신체의 내분비샘이나 장기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화학물질로 몸 안의 다른 부위에 있는 세포군이나 장기의 활동을 조절한다. 즉, 영양, 신진대사, 땀, 림프액 등의 분비, 수분과 염도 등을 상호조절되게 함으로써 생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성장, 발육, 생식을 조절하며, 외부 자극에 인체가 반응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환경호르몬은 오히려 이러한 생체의 항상성과 성장, 생식 조절기능을 깨트리는 기능을 한다.
미국은 환경보호청에서 69종의 환경호르몬 예상물질을 분류하고 있으며, 야생동물보호기금이 67종, 일본 환경청은 143종, OECD는 27종의 물질을 환경호르몬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환경호르몬의 생태계 영향
환경호르몬의 피해가 본격적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다.
1988년 4월 덴마크 앞바다 앤포드섬에 서식하는 바다표범들이 집단 폐렴증세를 보였다. 바다표범의 사체들이 북해 전역에서 떠올랐으며 이듬해 2월까지 북해 연안에서 1만7000마리가 죽었다. 독일 키일대학 연구팀이 전기 절연체로 사용되는 PCB(폴리염화비페닐)가 바다표범의 신체 저항력을 떨어뜨려 나타난 비극임을 입증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오대호 유역 가마우지들의 기형이 속출했다. 한쪽 눈이 없다든지 장기가 몸 바깥에 붙어 있곤 했다. 또 영국 하천에서는 합성세제가 원인이 돼 암수동체 잉어가 발견됐으며, 92년 덴마크의 스카케벡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인간의 정자수가 반으로 줄어듦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생물체내에 축적되어 수세대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일부는 불가역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6년 3월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가 출간되면서부터다. 이 책은 주요 환경호르몬들이 생성돼 생태계 전체로 순환되는 메커니즘과 이로 인한 영향들을 각종 사례들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은 어디서 나오나
그간의 연구결과 생활 주변에 노출된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로 음료캔이나 식품용기의 코팅물질로 사용되는 비스페놀A를 들 수 있다. 비스페놀A는 주석으로 만든 통조림의 액체에 침출돼 나온다는 조사가 있으며, 이를 함유한 모든 용액은 유방암 세포의 동정(assay)에 에스트로제닉 활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모든 통조림 식품은 캔에 내용물을 채우고 난 후 멸균을 하므로 멸균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용출될 수 있다.
프탈레이트는 1930년대 이래로 플라스틱의 가소제로 사용되어 왔는데 이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첨가제로 식품포장용 비닐랩, 비닐장판, PVC 플라스틱, 유화페인트 등에 주로 사용된다. 영국의 농무부, 수산부, 식품부가 다양한 제품에 대해 프탈레이트 함량을 분석한 결과, 비닐포장된 초콜릿, 치즈 등 식품, 종이나 마분지로 포장된 케이크, 유지류, 당과(糖菓)류, 유아용 조제분 등에서도 프탈레이트가 검출되었다.
이외에도 PVC 등 할로겐계 플라스틱을 소각할 때나 담배연기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도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환경호르몬 물질에 대한 우리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인간이 환경호르몬에 얼마나 노출되어야 피해를 입는지,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 앞으로 규명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을 보전하며 모든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호르몬 물질에 관한 관심 고취와 향후 연구계획 및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적절한 조사 및 중장기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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