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이토록 그리워합니다.” (시편 42,1)
모든 사제들은 서품에 앞서 깊은 묵상을 통해 각자 사목표어를 정합니다. 본지에서는 이번호부터 각 사제들이 선정한 수품 성구(聖句)를 함께 맛보는 자리로 사목표어를 릴레이로 소개하는 '나의 사목 모토' 코너를 마련합니다. 교회의 '말씀 생활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이 기획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내가 사제 서품 상본에 이 시편구절을 택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3년이 지났으니 말이다.
내가 신학교에 입학한 첫날 기도시간이었다. 성가책에서 이 시편구절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긴 목을 늘어뜨린채 먼 하늘을 바라보는 암사슴의 그림도 마음에 끌렸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암사슴이 물을 찾는 것은 목숨이 위태로운 절박한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만큼 하느님을 애타게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사제로 사는 것보다 사제로 죽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늘 기억하십시오.” 선배 신부님이 나에게 하셨던 말씀이다.
내가 살면서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야 하는 대목이다. 어쩌면 인간이 평생 동안 한 길만을 충실하게 갈 수 있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과 신자들의 기도가 없이는 한 순간도 우리 사제들은 살 수 없다. 사제는 평생을 가난과 고독을 행복의 철학으로 여기며 살아야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동안 나는 내가 선택한 시편처럼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살지 못했다. 그래서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하느님께서 나의 모든 것, 약점과 허물까지도 아신다는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사제는 한마디로 목마른 신자들을 생명의 시냇가로 데려오는 인도자가 아닐까.
나도 하느님이 그리워 애가타고 목이 마른 사람이 되고싶다. 그래서 그 그리움을 신자들에게 전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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