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당신은 어려서부터 나의 희망이외다.”(시편 71, 5)
경원선이 전철화되기 전, 의정부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서 ‘신탄리’라는 아주 작은 역에 도착했습니다. 더 이상은 북쪽으로 갈 수 없는 종착역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신탄리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작은 역사를 빠져나오면 길 하나로 쭈욱 연결된 몇 개의 상점과 식당들 뿐, 갈 곳도 할 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었습니다.
다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돌아올 곳, 가야 할 곳… 그 곳을 갖고 있는 사람은 행복하구나!’
서품 무렵 “주여, 내 믿는데 당신뿐이고, 당신은 어려서부터 나의 희망이외다(시편 71, 5)”라는 말씀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구교우 집 출신이 대부분 그러하듯,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이 삶의 전부였습니다.
첫영성체 이후 평일미사를 궐해본 적이 없었고, 그때부터 시작한 복사생활이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져, 신학생이 되고 신부가 되었으니, 어려서부터 주님은 제 삶의 중심이었고, 희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희망을 어느 날부터 ‘茶半香初(다반향초)’라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를 반쯤 마셨는데 향기는 처음과 같네’라고 풀이되는 이 말은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을 진행할 때 친해진 불교방송의 덕신스님으로부터 받은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처음과 같은 향’을 갖기가 쉽지 않더군요. 한국교회 정보화를 위해 양업시스템과 굿뉴스를 구축하던 무렵, 매일 밤을 새워 일한 탓인지, 날카로와진 제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으니까요.
요즘은 이 희망을 ‘毫釐千里(호리천리)’로 표현합니다. ‘하나의 이음새가 천년을 좌우하는 것’이라는 광고처럼 ‘털끝만한 차이가 천리의 격차를 낸다’는 뜻입니다.
삶의 중심을 주님께 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종국에 천리의 격차가 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은 삶의 주인이시고, 어려서부터 주님은 우리의 희망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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