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시내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가량밖에 안 다니다보니 아침 출근이 보통 힘든게 아니다. 걸핏하면 체면 불구하고 가방 들고 뛰기를 수십번. 다행이 얼마 전부터 친구의 차를 같이 타고 출근하게 되어 훨씬 수월한 아침을 맞고 있다.
우리 둘의 출근길은 이런저런 여러가지 삶의 무게와 짐을 어떻게 내려 놓으며 살아갈까 하는 사소한 걱정과 우정어린 대화들로 시작하곤 하지만 이내 철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들에 마음을 뺏겨 우리의 마음을 스스로 격려하곤 한다.
그 아름다운 길목에 오래된 화장터가 있다. 지금은 최신식 건물이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괜히 밤길이 무서워지곤 하는 길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출근길에 꼭 장례차를 몇 대씩은 마주치며 간다.
처음엔 신선한 아침에 왠 장례차인가 싶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듯 했지만 지금은 아침마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 속으로 귀한 인사를 나눈다.
“안녕히 가세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나누는 기도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의 마지막 길목을 배웅하듯 아쉬움의 미소를 짓는다.
우리도 언젠가는 지금 가는 이 길을 돌아서 저 길을 갈 날이 올 것인데 누가 앞서거나 뒷서거나 하는 작은 차이를 두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이제 이 지루한 일상들을 주님께서 주신 소중한 시간으로, 자기 삶을 사랑하는 가장 구체적인 ‘충실성’으로 매순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열심히 살아야 겠다.
이은주(글로리아. 마산교구 진주 옥봉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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