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촉촉하게 내린 비 덕분에 아침공기가 더 상쾌하게 느껴진다. 싱그런 연두빛 옷으로 갈아입은 마당의 대추나무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나를 맞이한다.
대추나무에게 인사를 전하고 원고를 쓰려고 책상앞에 앉지만 정신없이 지나간 한주일 탓인지 머릿속 기억번지가 텅 빈것 같다.
1학기 성악 연주세미나를 준비하는 우리학생들은 진지하기만 하다. 긴장하고 있는 학생들과 마음을 모아 기도를 드리고 작곡한 모든 악보에 Soli Deo!(오직 주님께!)라고 기록했던 바흐를 기억시키면서 감사하는 맘으로 즐겁게들 노래하자고 격려한다.
교회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전공해야하는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생들은 다른 특수대학원학생들보다 해야할 공부가 정말 많다.
전례를 포함해 성가대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자질을 연마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학기마다 전공실기과목의 연주세미나 수업을 하게 되는데 지난주는 성악세미나 순서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서 오르간이나 피아노를 전공한 탓에 성악을 처음 배우는 단계라 어려움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자신들에 대해 놀라워한다.
한 학기동안 열심히 준비한 실기곡들을 정성을 다해 부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감사기도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더 많은 상황임에도 교회음악지도자로서 힘든 공부를 성실한 사명감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들은 특히 마음들이 참 곱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우리학생들이 교회 안에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커나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명랑 (아가타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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