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의 21일은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날이다. 1973년부터 지내오기 시작한 ‘성년의 날’인데다가, 올해부터 처음 제정된 ‘부부의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년의 날은 1985년부터 매년 5월 셋째 월요일로 지내니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고,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21일로 고정된다. 그래서 두 기념일이 겹치는 날이 잦은 일은 아닐 것이니 올해 5월 21일은 유난히 의미가 깊다.
야만적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성년식이 아프리카 문화권만큼 뚜렷하고 명백하게 치러지는 곳도 없다. 아프리카에서는 대체로 어른이 됐다는 것을 인정받으려면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하마르족은 성년식을 못 치른 소년을 당나귀라는 뜻의 ‘우클리’로 불러 사람 취급도 안한다. 벌거벗고 소 등을 네 번 뛰어 오르는데 성공해야 어른이 되는데, 소 등에서 떨어지면 평생 놀림감이다.
아마존강 유역의 티구나족 소녀들은 성년식을 앞두고 1년 동안 여자로서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모든 부족이 소녀를 맞으며, 머리카락을 모두 뜯어버린다. 그 후에야 비로소 소녀의 성인됨을 축하하는 성대한 잔치가 펼쳐진다.
번지 점프의 기원이랄 수 있는 남태평양 펜타코스트섬의 성년식은 그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나이가 찬 소년은 발목에 포도넝쿨이나 칡뿌리를 감고 30m의 탑에서 뛰어내려 땅 위 1m 높이에서 멈추도록 한다.
한편 유대인들은 남자가 13세가 되면 ‘통곡의 벽’에서 ‘바르미즈바’라는 성년식을 갖는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3500년 전에 일어난 이스라엘 민족의 구세사를 들려주면 아들은 몇 시간에 걸쳐 이를 암기하면서 유다민족의 일원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고 한다.
성년이 됐다는 것은 축하와 함께, 고통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어른스럽게 크지 못한 사람은 나중에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기에 바오로 사도도 “아이였을 때에는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 적의 것들을 그만두었다”(1코린 13, 11)며 성숙한 말과 행동을 권고한다.
성인의 연륜을 쌓아야 함은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부부’의 삶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기로 태어나 소정의 기간을 거쳐 어른의 육체와 정신을 갖듯이, 갓 ‘태어난’ 부부도 성숙한 ‘성년 부부’가 되려면 고통과 단련의 시기를 거쳐 서로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키워나가야 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른의 말과 행동을 배워나가듯, 부부들도 함께 하는 세월의 켜를 쌓아가면서 어른스러운 부부 생활을 배우게 된다. 여러 본당에서 종종 하는 ‘혼인 갱신식’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부부들의 ‘성년식’이 아닐까 싶다.
어떤 한 사람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을진대, 둘이 하는 부부로서의 삶이 어른스럽게 성숙하기는 어찌 더 어렵지 않겠는가. 조금 맞지 않는다고 혼인의 서약을 깨는 요즘 세태는 발전과 변화보다는 어른스럽지 못함을 느끼게 한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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