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사랑, 믿음으로 겸허한 삶 살자
신앙인
신앙인에게 한 번쯤 요청받는 질문은 하느님 뜻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이다. 신앙인은 하느님의 뜻을 알고 세상에서 그 뜻을 구하며 기도하고 주님 뜻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오늘의 세상은 어떠한가? 회의와 절망으로 가득 차있으며, 벌어지는 사건들은 현실적으로 믿음을 주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보기에 매우 어려움을 사람들은 직감한다.
지난 4월에 미국 버지니아 공대와 서울 청계산에서 발생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이런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자들, 또한 그 용의자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어떻게! 이 광경을 이해해야 하며, 서울 청계산에서 벌어진 폭행사건 또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세상과 사람이 합당한 믿음을 살고 균형 잡힌 인격적 존재로서 산다면, 그리고 자기가 선언하고 믿는 바를 잘 살아간다면, 위와 같은 사건은 줄어들 텐데….
믿는 대로 된다
성경에서 우리는 믿음에 대한 두가지 유형을 발견한다. 하나는 아브라함의 조건이 없는 믿음, 다른 하나는 토마스 사도가 손을 주님 옆구리에 넣어보는 합리적 믿음이다.
참 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면 보는 것은 믿음이 약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물론 그럴 수 있겠으나, 우리가 크게 간과하고 있는 바는 바로 하느님께서 이런 관점 곧 ‘보는 것’ ‘이해하는 것’을 원하고 계신다는 점이다.
아브라함의 순종적 믿음이든 토마스의 이성적 믿음이든 중요한 것은 믿는 것 그 자체이다. 순종과 합리성은 믿기 위한 방법이고 과정이다. 본질은 믿는 대로 된다는 것이다. 주님께서 토마스 사도에게 하신 말씀은 ‘보는 것’보다 ‘믿는 것’이 행복하다는 뜻이다. 아브라함도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믿었기 때문에 축복을 받은 것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지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이 세상을 토마스의 불신앙 모습으로 바라보시며 우리 신앙인들의 사명은 토마스가 자신의 손가락을 주님의 옆구리에 넣어보고 믿었듯이, 주님의 옆구리 곧 더 이상 죽음의 상처가 아닌 부활의 상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상처인 주님의 늑방 구멍에로 세상 모든 불신의 손가락을 넣도록 초대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오늘날 불신의 시대에 절실히 요청되는 믿는 이들의 사명이다.
충만과 비움
버지니아 텍 사건 발생 후 용의자가 중국계라는 말에 전 세계 모든 한국인들은 ‘휴우’하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용의자가 한국계라는 번복의 말에 마치 그가 죄지은 자기자식인 양 ‘아이고, 이를 어떻게 해’라며 망연자실했다.
왜 그럴까? 미국인들은 ‘무슨 일이냐?’의 객관성으로, 한국인들은 ‘누가 그랬냐?’의 주관성으로 총기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총기소지문제와 용의자 심리적 장애의 방치로 원인을 보지만 한국인들은 한국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우리 모두 ‘함께 짊어진 죄’로 본다.
청계산 폭행사건은 발생한 후 경찰의 늑장 또는 봐주기 수사 의혹, 법무부장관의 ‘아버지의 정’을 운운하면서 사건조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버지니아 텍 사건의 용의자는 심리장애를 가지고 있는 병약한 한 개인이 불특정 익명의 건강한 다수에게 총기로 폭력을 가했다. 그러나 청계산 폭행사건은 사회에서 힘 있고 돈 있으며 권력 있는 자가 사회적 약자인 술집 종업원들을 감금 폭행한 사건으로서 이 두 사건은 참으로 대조가 된다.
자!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이 사건을 바라보고 신앙인으로서 살아가야 할까?
버지니아 텍 사건이 말하는 무언의 메시지는 보다 따뜻하고 충만한 사랑과 믿음이 가정에서부터 특히 보살핌 받아야하는 존재들에게 실천돼야 하는 점이다. 근본대안은 총 없이 자기 방어가 되는 충만한 사랑과 믿음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편 청계산 폭행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힘, 권력, 책임 있는 자들이 자기를 내어놓는 비움과 겸허한 삶을 살아야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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