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제주교구는 교구장 주교와 사제단, 교구민들 모두가 대다수의 제주도민들과 뜻을 모아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반대의 근거를 단지 지역사회의 이기심이나 편협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목소리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평화를 향한 근본적인 열망에 바탕을 둔 것이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고 명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복음적 소명을 실천해야 하는 교회의 예언자적인 행동이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이같은 확신은 이미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앞서 발표한 성명의 주요한 내용과 완전하게 일치한다. 강주교는 지난 5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그 명확한 근거를 밝혀주었다.
강주교는 성명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를 식별할 수 있는 근거를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하고 있다. 하나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을 때, 전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극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무력을 사용할 때에도 정당방위가 용인되기 위해서는 매우 엄격한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점이고, 세 번째는 군비 축소의 절대적 필요성, 마지막으로는 군비경쟁이 오히려 무력 사용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군비경쟁으로 소요되는 불필요한 낭비가 민족들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강주교는 이러한 가르침을 근거로 우리가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준수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성명의 내용은 우리가 과연 제주에 군사기지를 만들려는 시도에 대해 어떤 입장과 자세를 취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일러준다.
강주교는 이번 제2차 평화의 기도회 자리에서 국정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다시 한 번 평화를 향한 우리 민족의 염원을 피력하고 잘못된 절차와 결정을 수정해주기를 촉구했다.
명분이나 절차 모두 크나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기도에 대해 우리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제주교구 사제단과 교구민들,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들과 뜻을 모아 반대의 뜻을 피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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