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닐리라 주님 앞에서, 생명의 지역에서”(시편 116, 9)
촌놈인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걷는게 일이었습니다.
해당화와 갖가지 새알의 보고였던 해안선, 형과 누나들이 업어 건네주던 외나무다리, 같이 뒹굴던 친구들과 나눈 누룽지의 추억이 코를 많이 흘린 제 모습과 함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다소 거친 자연과 손해를 보면서도 약한 사람을 먼저 돌봐줬던 따뜻한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견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멋모르고 신학교를 지원하게 된 것도 ‘사람다움’에 대한 질문 때문이었고, 사제직을 준비하면서 부딪친 문제도 세상과 사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혼자 잘사는 것보다, 시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동체에 주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고 응답한 분들을 만난 일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을 알아듣기 위해 몇 가지 주제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생명(환경), 여성, 통일이 그것입니다.
이 주제들은 제가 사목자로서 적어도 2~30년을 만나고 고민해야 할 시대적인 문제들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거닐다’와 ‘생명’(‘산 이들’)이란 단어가 들어있는 시편 116장 9절을 자연스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하느님과 나 개인의 관계만을 생각해 소홀히 해온 나와 공동체, 사람과 자연의 관계라는 우주적 생명의 차원을 함께 껴안으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이 시대 사목자의 소명이자 영성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이런 비전에도 불구하고 막상 사제가 되어 실천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좀 더 공부하고, 기도하고, 실천하는 신앙인이 먼저 되도록, 잊고 지내던 시편을 다시 읊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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