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하면, 반주 한 잔 곁들여 저녁 먹고 노래방을 간다.
그런데 꼭 창가류의 선곡으로 좌중을 평정하는 ‘진상’들이 있다. 본인이야 하염없이 자기 노래에 젖지만 남에게는 지루하다. 다행스럽게도 분위기를 업(UP)해주는 댄스가수도 꼭 있다. 가차 없이 망가져주는 헌신적인 동료로 분위기는 다시금 ‘쇄신’된다.
‘쇄신’이 노래방에서는 흥을 돋운다는 가벼운 의미로 쓰이지만 이보다 결연하고 투철한 말이 없다. 사전은 이를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함”이라고 정의한다.
‘이미지 쇄신’이라는 말은 단점이 지나치게 과장돼 드러나 있어서 자신의 인격 전체에 대해 그릇된 이미지가 형성돼 있을 때, 부정적 요소를 불식시키고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말한다.
물론 이는 거짓의 가장보다는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강화한다는 적극적 의미를 내포한다. 겉치레로 포장하는 이미지 개선은 생명력이 짧고 진정성이 결여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이미지 쇄신’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지향한다.
‘쇄신’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집단적 과제로 주어지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진지한 성찰에 이어지는 결단 하나로 변화의 추진력을 얻지만, 집단적 쇄신에서는 쇄신 대상 선정에서부터 방법 채택, 추진을 위한 헌신, 평가에 이르기까지 객관성의 검토와 공동체적 합의가 바탕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이해득실도 발생하고, 안주와 안일에서 벗어나는데 수반되는 저항도 빚어진다. 동기와 취지에 대한 투철한 의식이 없을 때 자칫 쇄신의 공감대는 무너지고, 저항에 대항할 힘도 상실한다. 그러면, 벌집만 쑤신 꼴이 되고, 집단의 결속력만 흔들려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집단 안에 존재하는 폐단들-행동양식이든, 사고방식이든-은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고, 큰 영향력을 지닌 구성원들은 고착된 구조적 문제에 민감하지 못하다. 따라서 도전과 위기가 극한 상황에 도달하지 않으면 쇄신은 촉발되기가 어렵다. 혹자는 쇄신이 필요할 때라고 판단하지만 다른 이들은 때가 아니라고 여기거나, 필요성 자체를 의문시한다.
이러한 시각의 편차가 존재할 때에는 쇄신의 필요성이 일부에서라도 제기됐다면, 그 필요성을 근본 지침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무사했으므로 앞으로도 무사하리라는 인식은, 그야말로 무사안일에 속한다.
필자는 쇄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금, 교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 쇄신을 구호로 내걸었던 공의회 정신의 구현, 보편적 차원의 쇄신을 한국교회 상황에 구체화했던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즉, 쇄신의 필요성을 판단하는데 요긴한 기본 원칙으로서 복음의 가르침과 예수 그리스도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것들에 바탕을 두고 발해진 교회의 가르침들이 오늘 한국교회에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교회가 더 이상 유야무야 넘어가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쇄신을 요구하는 시대적 징표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 징표들은 다양하게 드러난다. 그것이 무엇이고 어찌해야 할지는 우리가 조금만 성찰하면 다 알 일들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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