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집계되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하반기 이후 한국교회의 신앙생활의 위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을 통계로 볼 때, 미래 교회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 천주교회가 다른 종교들에 비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신자들의 신앙 생활 자체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사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쉬는 신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주일미사를 중심으로 하는 성사생활의 부진이다. 이번 발표된 2006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서도 이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 신자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6%만이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가톨릭교회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그 중심은 전례이다. 특히 주일미사는 교회의 전례 생활에 있어서 핵심일 뿐만 아니라 가톨릭 신앙 자체의 가장 핵심적인 성사이고 신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사 전례에 대한 소홀함은 이미 신앙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쉬는 신자 비율은 지난 1995년 신자 총수의 26.5%이지만 매년 증가해 2006년에는 무려 36.7%까지 올라갔다. 이는 10년 전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쯤 되면 한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 있는지를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현대 사회와 세계, 그리고 현대인들 가운데 종교와 신앙이 갖는 의미가 퇴색하고 축소되고 있음을 십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지난 10여년 이상 지속되는 이러한 신앙생활의 부진은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하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교회의 이에 대한 위기의식과 각성은 철저하지 못한 듯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선교 활동에 더욱 매진한다거나, 약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거나 하는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사목 대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더욱 철저한 현실 점검과 이에 바탕을 둔 근본적인 쇄신 노력이 요구된다. 그 우선적인 책임과 책무는 교회 당국에 있다. 물론 신자들은 각자 개인과 단체, 공동체 전체 차원에서 신앙생활의 충실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교회의 전체적인 신앙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획기적인 사목적 대안의 수립과 추진에 있어서 교회 지도층의 철저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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