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 8, 32)
신학생 때, 일본인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을 읽었다. 1638년 일본의 박해시기에 선교를 하던 포르투갈 선교사를 통해 무엇이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것인지, 무엇이 가장 높은 이상이고 구원인지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뇌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성스러운 이상과 구원이 이웃을 위한 끝없는 사랑과 상충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겪게 되는 선택의 문제, 즉 고통과 죽음에의 공포 때문에 배교를 하느냐, 아니면 자기 때문에 신자들이 고통을 받아 거꾸로 매달려야 하느냐의 양자택일의 궁지에 몰린 신부가 결국 신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배교’를 선택했던 그 결과에 대해 진정으로 그는 두려움을 벗어나 자유로워졌을까를 생각해왔다.
지난 2월, 민병훈 감독의 ‘포도나무를 베어라’란 영화에서도, 소설만큼의 무게는 아니지만, ‘어느 것을 선택하든 가치 있는 것이라 했을 때 보다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한다.
영화는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주저주저하는 모습의 신학생과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두 번 생각할 겨를 없이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수사의 모습 등을 통해 영화의 주제 ‘깃털처럼 가볍게’란 ‘진정한 자유’는 선택한 그 길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외면하고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은 길을 다독거리며 끌어안고 화해할 때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제시하고 있다.
사목현장에서 나약한 인간이기에 ‘어느 한가지만을 고집’할 때 차라리 편할 때가 있다. 다른 선택이나 가치의 수용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하는 두려움이 있기에 애써 감추는 것이다. 다른 가치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차별화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안정감(?)도 잠시 다시 불안해지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럴 때마다 다시 이 성경구절을 되새기게 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란 이 말씀 속에는 나 자신을 포기하고, 타인을 포용하고 끌어안음으로써 얻게 되는 ‘깃털처럼 가벼운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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