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 17)
가톨릭신문으로부터 서품성구에 관한 원고를 청탁받고 참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청탁을 받는 순간 평소 잊고 있던 성구가 머리를 스쳐지나가면서 그간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제생활의 모토로 삼은 성구는 마르코 복음 2장 17절의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스스로 떳떳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보다는 자신이 부족한 죄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의 사람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선택하셨습니다.
늘 부족했던 저는 사제직이라는 엄청난 직분을 앞두고 큰 두려움과 번민 속에 있었습니다. ‘이토록 못나고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 내가 과연 사제가 될 자격이나 있을까, 괜히 양들에게 고통만 주는 목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주님의 말씀은 이 분에 넘치는 직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부터가 인간으로서 늘 죄를 짓고 살아가는 어설픈 존재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살겠다는 의미로 이 말씀을 택하였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못난 피조물이지만 바로 그 모자람 때문에 저를 불러주셨다는 제 나름의 믿음과, 제 두려움에 대한 위로, 그리고 감사의 의미를 이 성구에 담았다고나 할까요.
신학교 입학 면접 때, 왜 신학교에 오려 하느냐는 교수 신부님의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에게 있어서 죄스러움이란 어떤 면에서는 ‘인간다움’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결국 ‘하느님 앞에서 나는 언제나 부족하고 불완전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그대로의 사실을 조금씩, 기쁘게 받아들여가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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