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세 번, 길게 한번’
무슨 구령 같지만, 이어령의 희곡을 무대에 올린 연극 제목이다. (이것은 베토벤 ‘운명’에서 따온 ‘짜자자 잔~’으로 극중 인물의 초인종 신호음이다.)
주인공인 라디오 효과맨의 대사를 통해 안 사실은, 가령 파도소리의 경우 직접 바다에 나가서 녹취한 것보다 쌀 까부는 키에 곡식을 담아 이리저리 움직여서 내는 소리가 훨씬 더 실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말 발굽소리, 비 퍼붓는 소리도 ‘가짜로 만든 소리’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는 얘기.
요즘 건물 안팎을 꾸민 조화(造花)나, 그럴 듯하게 생나무 줄기에 잎을 붙여 만든 조목은 촉감까지 진짜 같은 것이 있는가 하면 염색, 탈색에 변종까지 하는 바람에 조화로 착각하게 되는 생화도 흔해서 헷갈릴 때가 많다.
이처럼 보고 듣는 단순한 일의 착각이나 혼돈은 잠시 웃고 말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가령 예술작품의 진위(眞僞)나 예술성을 가릴 때, 해석의 기준이 되는 경우는 그냥 웃어넘길 수 없을 것이다.
무명이던 작가가 사후에 인정받는 경우, 서양미술사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서로 친하듯 대(代)를 걸러 비슷한 사조가 다시 반복되는 이른바 ‘조부(祖父)의 원리’는 예나 이제나 이런 오류를 되풀이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안목이 쉽게 길러지는 게 아닌데다, 현대에 와서는 복합적 특성으로 판단기준이 더욱 모호해진 데 있다.
그래서 ‘그레셤(Gresham)의 법칙’은 작품에도 예외 없이 통용 되는 것인가?
악화는 양화를 몰아내는….
이광미 (앙즈, 성신여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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