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이들이 충분히 예상했듯이 6월 6일부터 8일까지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은 실망스러운 합의 결과를 남기고 폐막됐다.
국제 원조 기구 관계자들은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 ‘겉치레’일 뿐으로 2억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주민들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려할 때 수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원조기구 단체인 국제 카리타스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서 최소한 이번 G8 정상회담은 지난 2005년 합의했던 내용들에서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지난 2005년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에 따른 이행이 미진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크게 진전된 합의 도출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 결과가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로운 나눔의 실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톨릭교회와 함께 선진국들의 이러한 편협하고 비인도주의적인 행동에 또 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다.
뜻있는 이들은 지구촌 전체의 공동선을 위해 힘 있고 돈 있는 나라들이 모이는 G8 정상회담이 더 이상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고 비난하고 있다. 엄청난 회의 비용을 들인 회의가 단지 힘센 나라들의 사교 모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01년 7월 20일 제노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 친히 서한을 보내 “경제적인 문제를 논의할 때, 평화와 건강,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하고, 평화를 건설하며 가난을 퇴치하기 위한 논의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이 서한에서 지구촌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는 ‘연대의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당부와 똑같은 마음으로 선진국 정상들이 지구촌의 모든 가난한 이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연대’에 너그럽게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면을 보더라도 이들 선진국의 부와 권력은 가난한 나라들의 희생을 전제로 이룩된 것이다. 또한 사회에서 지도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요구되듯이 지구촌에서 선진국들에게도 역시 똑같은 도덕적 의무가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기아와 빈곤에 시달리는 동료 인류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사랑 나눔은 결국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 선진국 지도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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