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크게 노한다.” 그 본뜻이야 심오하니 세상사에 휘둘리는 소인배로서야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대략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낼 것이 아니며, 참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에는 결연하게 노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스피엘베르거라는 사람은 분노의 표현 양태를 표출·억제·통제로 나눈다.
표출은 화난 사람에게서 보이는 행동 양식, 소리 지르고 거칠게 행동하며, 심하면 주위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수는 것. 이럴 때 말린다고 말 붙였다가는 욕만 먹는다. 피하는게 상책이다.
억제는 사람을 피하거나 다른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한 극단적 비판의 형태로 나타난다. 극도로 말을 삼가고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자기 속으로 침잠한다.
반면 분노의 통제는 화가 난 상태를 자각함으로써 이를 조절, 진정시킬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분출된 분노의 이유와 명분을 이성적으로 찾아내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범죄에 대한 판단에서 우발성과 고의성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은 인간적 분노의 감정에 대한 정상 참작이다. 사실 우리는 화날 때, 성질대로 주변 사람을 치받는다. 특히 화가 나게 한 대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 붓는다. 하지만 치받을수록 화는 더 커진다. 때로는 속으로 참고 혼자서 맘고생을 하는데 무조건 참는다고 능사도 아니다.
도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 스님은 ‘화’라는 책을 통해 분노와 화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님은 화는 신체장기와 같은 것으로 억지로 제거하거나 억압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는 아기처럼 여겨 보듬고 달래주라고 한다. 남을 탓하지도, 스스로를 자책하지도 말 것이며 자신의 화난 상태를 지켜보면서 애정을 갖고 달래주라는 것이다.
그러면, 하느님은 분노와 어떤 관계인가? 구약의 하느님은 ‘분노의 하느님’이시다.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이들에게는 가차 없이 분노의 불길을 쏟아 부으신다.
이집트 땅의 종살이를 기억 못하고 이방인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는 “나는 분노를 터뜨려 칼로 너희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신다. 시편의 저자는 하느님의 진노하심을 두려워하며 “끝끝내 저희에게 진노하시렵니까? 당신 분노를 대대로 뻗치시렵니까?”(시편 85, 6) 하고 노래했다.
정의가 침해받을 때 하느님의 분노는 무서운 것이었다.
하지만 결코 하느님은 분노만의 하느님은 아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배신에 노하시지만 여전히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이셨다. 모세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하느님은 스스로를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한 분”으로 선포하셨다.
잘못을 지적하고 고칠 것을 요구하며, 결코 정의로운 판결 없이 넘어가지 않는 분이시지만 어떤 잘못도 용서하는 사랑과 자비의 하느님이시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결론은 ‘군자는 크게 노한다’의 의미와 비슷하다.
분노의 감정은 잘 통제하고 다스려 쉽게 노하지 말 것이되, 정말 참을 수 없는, 아니 참아서는 안되는 불의한 현실에 대해서는 노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사랑과 자비, 인간에 대한 최후의 신뢰와 애정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맘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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