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나눔·일치로 살아가길
가정의 수호천사가 되자
하늘이나 천사들을 이미지로 표현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은데, 교회 성화를 통해서 천사들을 보면, 어린 아기나 청년으로 표현되고 있다.
아기와 청년은 가정과 사회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아기는 분명 가정에서 하느님의 큰 축복이요, 청년은 그 사회를 짊어지고 갈 커다란 미래요 희망이다. 이들은 미래의 부모와 가정과 사회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참 소중한 존재들이다. 아기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의 끈이요, 가족에 활력을 준다. 청년은 세상과 사람 사이의 희망의 끈이며 사회의 미래이다.
이같이 축복과 희망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존재로서 천사는 바로 부활하여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인 것을 주님은 말씀하고 계신다.
우리가 “천사들과 같아진다”(마르 12, 25)는 주님의 이 약속은 파괴적인 세상의 무질서에서 가정을 해방해 주시고 그곳에 생명과 자유를 선사해 주시는 선언으로 곧 하느님의 힘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 안으로 인도하신다는 뜻이다. 교회 안에도 아기, 젊은이 천사들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영적인 나눔이 풍요롭다
요즘 우리 가정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마음 아프다. 이제는 이혼만이 아니라 서로의 생명을 파괴한다. 아들이 아버지의 생명을, 남편이 아내의 생명을 끊어버린다. 어찌 우리 사회가 이지경이 되었는가? 누가 이 악마의 장난을 중단시킬 수 있는가?
결혼은 역시 육적, 물질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분리와 갈라짐을 동반한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결혼은 사랑의 성사 곧 내적으로 가능한 최상의 일치이다. 결혼은 하나가 된 두 사람이 다른 이와 내적 일치로 살아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을 지니고 있다.
넘어지는 가정을 바라보면 대부분이 물질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물질은 계산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서로를 풍요롭게 해줄 수 없고 배타적이 된다. 그러나 영적인 법은 다르다. 영적인 일치는 늘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
물적 나눔과 영적 나눔의 큰 차이를 직접 예로 들어보자. 당신은 나에게 1만원을 주고, 나도 당신에게 1만원을 주면, 결과적으로 우리 가운데 누구도 이런 선물방식으로는 각자 1만원만을 소유하기 때문에 누구도 부유해질 수 없다. 곧 물질을 서로 나누면 교환의 의미로만 남지 풍요로움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적인 나눔을 해보면 풍요로움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곧 내가 당신에게 아름다운 생각을 하나 건네주고, 당신도 내게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주어서 서로 통교하면, 지금 나는 두 개의 아름다운 생각을, 당신도 역시 두 개의 좋고 아름다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영적인 접촉은 어느 누구도 손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무엇인가를 얻어 서로 풍요로워 진다.
오늘날 결혼은 어떠해야 하는가? 육적이며 동시에 영적인 나눔과 일치를 살아가야 한다. 육정은 서로를 가르고 약화시키지만, 영성은 서로를 만나고 성장하게 한다. 영적으로 일치를 배우고 살아간다면 모든 가족 구성원은 영원히 자신이 충만하기까지 성장할 것이다. 결혼생활이 참으로 영성생활로 변하게 될 때 물질 때문에 서로 갈라지는 배타성은 사라질 것이고 하느님의 사랑을 갈망하게 될 것이다.
천사의 삶
신앙인은 부활과 영생을 믿고 살아가지만, 그것을 최후의 심판 이후 멀리 있는 미래로 밀어 놓는다. 그러나 복음은 영생에 대해 ‘지금’ 말하고 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요한 6, 54) 영생은 아직 숨겨져 있지만 징표들을 통해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수도자들이 일상에서 물질과 육정을 포기하고 동정성과 독신의 삶을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종말의 영생을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것이다. 동방교회전례와 교회법에서 수도생활은 천사의 삶으로 부르고 있다. 영성가들이 강조하는 이런 삶은 독신남 또는 미혼여성이 고독과 비현실적인 삶에서 오는 슬픔을 생각하는 그런 삶이 아니다. 결혼을 자유롭게 포기한 수도생활은 영생의 리듬으로 지상에서 하느님의 삶을 사는 기쁨을 직관한다. 우리 신앙인이 오늘의 가정과 사회에서 영생의 리듬과 영적 천사의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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