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이사 43, 4)
사제서품 때 모토를 가지고 글을 써 달라는 청탁서를 들고서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는 생각과 내가 첫 마음을 잊지는 않았는가 하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예전에 기록해둔 결심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사제직은 주님의 은총에 힘입어 행하는 봉사직이고, 주님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길이다. 나를 사랑하는 아들로 여겨주시는 주님의 말씀에 힘입어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
14년 전 결심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살려고 했었는지, 스스로 잘났다고 교만하고 내 판단이 무조건 옳다는 마음으로 살았던 과거의 시간들을 반성해봅니다.
흔히 사랑을 받고 산 사람이 더 사랑한다고들 합니다. 저만 보더라도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서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랑이란 주제로 성구를 선택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제가 된다는 것이 나의 장점이 두드러지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결점이 많아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백성을 하느님의 목장으로 이끈다는 막중한 직분을 감히 내가 감당 할 수 있을 지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가 되기 위해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이사야서의 이 대목이 용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여전히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하느님께는 내가 귀염둥이이고,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실수할 때도 잘못 판단해서 신자들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 때에도 말입니다. 이제 다시 용기내어 봅니다.
“너는 내 사랑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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