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학자와 사회과학 제 분야의 연구자들, 그리고 교회 안팎의 시민운동가들을 두루 망라해 출범한 ‘사회정의시민행동’은 지금까지 한국 교회 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시민사회단체이다.
이 단체는 6월 16일 창립 행사를 갖고 “교회 밖 세상도 책임져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을 선언했다. 우리는 그 취지가 교회에 이미 부여되어 있음을 익히 알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단체가 시도하는 “시민참여의 시대에 걸맞는 가톨릭 사회참여의 새로운 방식”이다.
창립 취지문과 심포지엄의 발제문들에 의거해 볼 때, ‘새롭다’는 것은 두 가지로 생각된다. 이는 ‘교회 단체’가 아니라 ‘시민단체’임을 표방하는 것과 ‘가톨릭 사회교리’에 바탕을 두는 가톨릭적 정체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전자에 따라 이 단체는 교계로부터의 지침과 지시로부터 자율적이고, 어떤 재정 지원도 교회로부터 기대하지 않음을 전제한다. 후자에 따라서는 가톨릭 사회교리가 단체의 지도 이념이며, 언제나 거기로부터 판단 기준과 행동지침을 구하며 그 교리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표방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지만 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회원과 임원은 가톨릭 신앙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가톨릭 시민운동이 오늘날 한국 사회와 시대가 요청하는 바, 이른바 시대적 표징에 부응하려는 가톨릭 지성인들의 노력의 일단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시도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기대를 갖는다.
특히 오늘날 한국 교회의 중산층화와 보수화,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소명과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을 생각해볼 때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의 가톨릭적 시민운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새로움은 항상 위험을 동반하기에 자칫 안전한 기존의 방식에 익숙한 제도나 사람들로부터의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새로운 방식을 채택한 이들 자신의 불완전한 성찰과 실천이 스스로 위험을 초래할 수도 물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운동 방식에 대해 아직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향후의 활동 방향과 그 전개 방식이 과연 가톨릭적 사고와 행동 양식에 바탕을 두고 전개됨으로써 시대와 장소가 요구하는 시대적 요청에 얼마나 부응해갈 것인가에 대해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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