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미술관이나 화랑 등에서 나체 조각상을 보고, 동반한 아이가 키득키득 웃는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예술)작품 보고는 웃는 게 아니야” 하고 손을 잡아 끌 것인가, 아니면 이유는 얘기 안하고, 그냥 “웃지마”할건가?
‘누드의 역사’의 저자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는 그의 책 속에서-영어의 ‘Naked’와 ‘Nude’는 모두 벌거벗은 상태를 뜻하지만 전자가 옷을 입는 게 정상인 상황에서 벗은 것이라면, 누드는 소, 말, 양처럼 인간 본래의 모습을 의미한다고-미묘하게 구분짓고 있다.
즉, 사회적 동물로서의 벗은 몸은 부끄럽고 때론 혐오스러울 수 있지만 원형으로서의 인체는 그 어떤 피조물보다 오묘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보는 것이다. 곡선은 신(神)의 선, 직선은 사람의 선이라는 말이 아니라도 예로부터 미술수업의 기초과정으로 누드 크로키를 거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사람을 인(人)이라 하지 않고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건 인간관계가 중요한 까닭이라고 설명해 주신 선생님 생각이 난다.
나이들수록 사람을 새로 사귀기가 조심스럽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귄 사람과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즈음 ‘Naked’의 입장에서, 잘 보이기 위해 원래의 모습을 바꾸고, 고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천부(天賦)의 양심을 소중히 여기듯 ‘Nude’의 참뜻처럼, 사람의 몸도 마음도 원형대로일 순 없을까?
이광미(앙즈.성신여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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