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늦은 봄, 아내가 한 시설 원장 수녀님의 부탁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린 아이를 집으로 업고 왔습니다. 첫 돌이 지났지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어 또래보다 작고 눈만 동그란 아이였습니다.
약 20여 년 봉사를 하며 몇 명의 아이들을 키워 보냈지만, 이 아이만큼은 정말 너무 측은하게 여겨졌고, 우리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해야 할 이별이 두려워 “수녀님, 이제는 안 키울렵니다”라고 했지만, 원장 수녀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 아이 ‘하늘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하늘이가 4살이 된 2004년 2월. 시설에서 아이를 다시 데려와 달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하늘이를 다시 시설로 데려 보내야만 했습니다. 하늘이의 눈망울이 아른거려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신앙심으로 버텨 볼려고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하며 재롱부리던 여식의 모습이 끊임없이 뇌리에 스쳐 하늘이를 다시 돌려 보내 달라고 시설에 계속 요청을 하였지만 원장 수녀님은 극구 반대하셨습니다.
그러기를 수십번, 만 6개월이 흘렀습니다. 저희 가족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하늘이를 다시 데려가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공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언어치료 및 심리치료를 계속 받게하며 아이를 정성껏 키웠습니다. 마침 2007년부터 입양제도가 많이 완화된다는 사회복지사 여러분의 자문을 얻어 하늘이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입양해 키워야 겠다고 결심했고, 제 두 아들도 부모의 의견에 동참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중순쯤 시설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연락이 왔습니다. 1월 30일자로 하늘이를 다른 시설이 맡게 되어 그 곳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설에 하늘이를 데려가면서 입양에 대한 의사를 내비췄으나 그 곳에서도 절차에 대한 번거로움 때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권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입양에 대한 저희의 마음은 변함이 없어 끊임없이 사정했고, 대한사회복지회에도 의뢰를 했습니다.
그리하여 4개월 동안 모든 절차를 끝내고 구청에서 제 성을 딴 ‘문하늘’로 호적 등록을 했습니다. 지난 5년간 얼마나 간절히 원했던 꿈인지 모릅니다. 비록 제 몸 아파하며 낳지 않았지만 그 보다 더 아픈 고통으로, 가슴으로 낳은 딸 하늘이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이 기쁨과 영광을 바치고, 주변에서 협조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문상제(이냐시오·부산 초량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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