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매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가까운 주일을 교황주일로 지낸다. 이때가 되면 전세계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의 거룩한 소명을 되새기며 교황이 하느님과 당신 백성을 위해 바르게 헌신할 수 있도록 그 영육간의 건강을 기원하게 된다.
우리는 교황을 생각할 때, 흔히 높은 명예와 권위에 대해서만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자주 ‘종들의 종’이라는, 교황직의 무한한 헌신과 자기 희생의 삶에 대해서는 간과하곤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은 결코 영광에 그 모든 의미가 있지 않다. 그리스도의 영광은 십자가의 희생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무한한 하느님의 외아들이 친히 강생하시어 인간의 모습으로까지 내려오셨다.
그분은 더군다나 인간 중에서도 가장 미천한 모습으로, 짐승이 먹이를 먹는 구유에서 태어나셨으며, 심지어는 아무런 죄도 없이 십자가상의 고통을 겪으시면서까지 당신을 봉헌하심으로써 그 영광을 성취하신 것이다.
그렇게 당신 스스로를 희생하심으로써 구원의 영광을 이루신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은 바로 그러한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살아간다. 온세계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영광의 자리이지만, 그 자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온 몸에 짊어져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는 그 거룩하고 무거운 소명이 어찌 헌신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인간에게 그 뜻을 전하고, 온갖 인간적인 유혹과 세속을 거슬러 하느님의 구원의 섭리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하는 그 무거운 책임이 어찌 십자가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인류 구원의 성무를 짊어지고 가시는 교황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도일 수밖에 없다. 교회가 매년 교황주일을 정해 기념하고 교황을 위해 기도하도록 청하는 것은 바로 그런 뜻이다.
교황의 거룩한 소명은 결코 교황 자신의 인간적인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께 의탁하고 하느님의 능력을 빌어 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모든 하느님 백성들의 기도의 동참으로 가능한 것이다.
교황주일을 맞아, 매년 있는 하나의 단순한 기념일로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나의 한 마디 기도가 교황의 인류 구원을 위한 헌신에 한 몫 하는 것임을 가슴 깊이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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