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자기자신이나 표현양식, 또는 명성의 포로가 되어선 안된다.”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가 어느 미술관 정기 간행물에 기고했던 글의 한 토막이다.
어떻게 보면, 별로 특별한 어록이 아니지만 작품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공감가는 지적이다.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듯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다양한 작업을 했다. 그런 그의 일화 중 소묘에 얽힌 얘기는 꽤 알려져 있다.
극히 절제된 선묘의 인물 스케치를 곁에서 본 어떤 사람이 빈정대는 말투로, “이렇게 그리는데 얼마나 걸리오?”하고 묻자, 잠자코 있다가 “40년이오”라고 대답했다. 말할 것도 없이 질문자는 눈앞의 붓놀림에 드는 시간만을 예상해서 기껏해야 ‘4분’ 아니면 ‘4초’란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사람들은 흔히 “그리다 망친 것이라도 있으면 달라”고 농담 삼아 말한다.
하지만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金翅鳥)’에서처럼 남들이 보기엔 일가를 이뤘다고 할만한 대가인데도 본인 스스로는 작품이 성에 차지 않아 결국 모두 불태워버리듯 개인차는 있어도 수시로 자신의 한계에 대한 회의와 산고(産苦)에 가까운 고통을 동반하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하고 또 반드시 노력에 비례한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애를 쓴다.
“과학자에게 태양은 하나지만 예술가에겐 매일의 태양이 다르다”는 말처럼 선입견없이 모든걸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감각까지도 요구되는 민감한 노동인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work’라 하지 않는가?
이광미(앙즈·성신여대 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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