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7월 3일자로 발표한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 참 평화를!” 제하의 성명서는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재고해달라는 제주교구의 입장에 대한 지지인 동시에 오직 무력과 군비경쟁으로 평화가 확보될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을 버려야 한다는 촉구이다.
우리는 이미 ‘제주는 평화의 섬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5월 24일자)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참된 평화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군비 경쟁이 아닌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평화를 향한 근본적인 멸망에 바탕을 두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복음적 소명을 강조한 바 있다.
주교회의 산하 기구로서 이번 문제를 다루기에 적절한 성격을 지닌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이번 성명은 한국 주교단 전체가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서, 군사기지 건설 계획을 반대하는 제주교구의 결연한 입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성명에서 제주교구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뒤, 진정한 평화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제주도에서의 대규모 군사기지 건설은 모순이고, 기지 건설은 자연 환경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짐을 지적했다.
성명은 나아가 제주교구와의 연대 안에서 제주도민들이 이번 기지 건설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나가기를 기원하는 한편 제주도가 참된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지기를 기도했다.
우리는 주교회의 정평위의 이러한 입장 표명을 환영하면서, 이번 문제가 더욱 폭넓은 논의를 거쳐 참된 문제 해결의 길이 무엇인지 좀더 진지하고 겸허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세계는 오히려 냉전 시대 당시보다도 더 많은 갈등과 무력 분쟁 속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역설적으로 평화를 향한 더욱 간절한 염원을 자아낸다. 평화는 오직 평화로써만 얻어질 수 있다. 무력의 증강으로써는 오직 그에 대응하는 더 큰 무력을 요구할 뿐이다.
더욱이 제주도는 역사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땅이며, 바로 그런 기억 때문에 더욱 평화를 향한 염원이 간절한 곳이다. 이미 우리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선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을 참된 평화의 땅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군비경쟁의 도구로 삼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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