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청각 장애를 지닌 사제가 탄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한다.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동료 부제 38명과 함께 최근 사제품을 받은 박민서 신부는 국내에서는 물론 아시아 지역에서도 최초의 청각 장애인 사제이다.
박민서 신부가 사제품을 받기까지는 그야말로 지난한 역경의 길이었다. 이미 오랫 동안 장애인에 대한 편견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던 그는 마침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한국교회 최초의 장애인 사제가 됐다.
우리는 결코 그가 헤쳐온 역경과 굳은 의지, 그리고 마침내 얻은 거룩한 성소에 대한 응답에 대해서 치하하는데 그칠 수는 없다. 우리는 우선 그를 이처럼 사제직의 거룩한 소명으로 이끌어 준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의 기도를 바치게 된다.
그가 사제직의 영광에 이르게 된 것은 결코 그의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를 인도해 준 것은 하느님의 성령이며, 기도를 통해 얻은 굳건한 신앙의 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제 서품을 위해 스스로 택한 시편의 한 구절처럼 그는 자신의 평생의 길을 “주님께 맡기고, 그분을 신뢰”할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그분께서 몸소 해주실 것”임을 그는 믿고 있다.
우리는 한국교회 첫 장애인 사제의 탄생에 즈음해 많은 기대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스스로 지닌 청각 장애의 체험을 통해 그는 진심으로,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장애인들의 고통과 어려움, 그리고 그들이 지닌 고통의 거룩한 의미를 체험과 성찰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 체험과 성찰은 그로 하여금 사제직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매우 가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인간의 고통을 피안 저 편에서 관찰하고 계시지 않았다. 남의 일처럼 여기시지 않고,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스스로 인간의 유한함과 고통에 동참하셨다.
박민서 신부는 이제 사목자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하느님 사업에 본격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고통에 직접 함께 하심으로써 그 고통을 이기고 무한한 영광으로 이끌어주셨듯이 박신부는 이제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통해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며 자신의 사목 활동에 임하게 될 것이다.
사제직의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며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소임에 임하는 박신부의 앞길에 하느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실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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