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生老病死)’- 사람의 한살이를 요약한 네 글자 중 老(늙어가고) 病(아프다가) 死(죽는)는 알겠는데 生(낳는)은 왜 들어가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개인을 주체로 볼 때, 낳는 것은 본인이 아닌 모체의 역할로 보았기 때문에.
하지만 아기가 세상에 나오려면 엄마만 힘드는게 아니고, 아이도 무진 애를 써야 되니, 生(낳음)은 삶의 중요한 단계인 것이다.
늦가을, 산에 올라 삭정이 사이로 아직 덜 떨어진 활엽을 들춰 보면, 탱탱한 새 잎눈과 단단히 연결돼있다. 모진 추위를 견디도록 헌 잎은 이불이 돼준다.
연보랏빛 물옥잠꽃이 곱기에 돌절구에 물을 담아 심어놨더니 잎이 지면 그대로 가라 앉아 따로 영양제를 주지 않아도 새순들은 그걸 먹고 산다. 구정잎이 보기 싫다고 따버리면 양식을 뺏는게 된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자연과 더불어 하는 삶에서 질서를 찾고 거기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 그래서 전통적인 예술작품은 이러한 질서를 형상화하는 행위일수 있다. 그래서 예술은 단순한 자연의 ‘모방’이 아닌 ‘자연스러움’의 구현인지도 모른다.
양육과 교육이 힘들까봐 아이 낳기를 꺼리고, 아예 원인제공을 피해 독신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유년기를 학원 등 바쁜 일상에 눌려 제대로 활갯짓하며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 -상대적으로 노년을 구가(謳歌)하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순리(順理)를 거스르는 건 아닌지. 미안한 마음으로 걱정이 된다. (어느새 나도 노약자석에 앉아도 되는 노강자(老强者)이기에-.)
이광미(앙즈·성신여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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