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문서를 두고 국내외 종교계가 들썩였다. 국내 종교계는 더 그랬다. 마치 그간의 종교간 대화 노력, 교회일치를 위한 다자간 노력들이 마치 이번 일로 한순간에 파국을 맞은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교황이 ‘가톨릭만이 진정한 교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종파는 교회라 불릴 수 없으며, 그리스 정교회는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결함(defectus)이 있다’고 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면서 마치 이 문헌이 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뒤짚는 것인양, 혹은 타 종파를 격하시키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호도했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신앙교리성의 문서에도 충실히 언급되어 있듯이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쏟아져 나온 ‘교회론’에 관한 수많은 글들의 진정성과 열매를 인정”하면서도 “때로는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잘못을 바로잡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문서의 입안 취지다. 따라서 이 문서는 가톨릭의 핵심 교리를 분명히 한 것이며,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보도된 내용들을 여기서 일일이 지적하며 반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앞뒤 문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특정 단어나 구절을 강조해 확대해석한다면 심각한 오해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사실 어느 종교·종파이든 자신들의 교리에 대해서는 최선 최고의 가치와 신념을 갖는게 아닌가. 대화와 교류의 가능성(필요성)과 정체성(신원)에 관한 문제는 엄밀히 말해 별개다. 종교간 대화, 종파간 일치운동이 매우 신중하면서도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안을 다룬 매체들의 보도행태도 매우 유감스럽다. 속담에 ‘아’다르고‘어’다르다고 했다. 일부 보도는 기사 대부분이 원문에도 없는 말들인가 하면 제목은 되레 문제를 야기하고 혼란을 부추기는듯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속보경쟁에 목매인 어려움과 한계가 있겠지만, 빗나간 ‘한건주의’식 보도의 전형인 것 같아 씁쓸하다.
“이들 교회 공동체들도 그들 안에 실제로 있는 성화와 진리의 다양한 요소들 덕분에 의심할 여지없이 교회적 특성과 구원의 의미를 지닌다.”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에서(8항) 분명히 밝히고 있는 이 구절은 이번 문서에서 그 의미가 조금도 가감되거나 축소되지 않았다. 신앙교리성의 문서는 어느 일간지의 제목처럼 결코 “가톨릭 말곤 교회 아니다”고 말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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