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되고 힘들 때마다 가끔 ‘나’ 라는 존재에 의문이 갈 때가 있다.
육신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지만 커 가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허공에다 넋두리 할 때가 있다. 물론 인간지식과 능력의 한계로는 지구상 만물만상의 오묘하고 신비한 태초 생성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운명에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불가항력의 재난과 불의의 사고로 졸지에 불치의 병마와 싸우는 신세가 되거나 안타깝게도 요절하는 돌연사를 당하는 경우를 보면 더욱 애닯다. 인간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들이 간혹 생기니 말이다.
분명히 인간에게는 자신의 몫이 있기 마련이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저 먹을 복은 제가 가지고 태어난다’는 옛말을 상기하여 자기의 몫을 찾고 역할과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 서열의식에 빠져 남들과 비교하는 것은 자기발전을 위한 자극으로 필요하지만, 너무 남을 의식하고 삶에 집착하다 보면 자기소신 대로 살아 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 할 때에 때늦은 한탄과 후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육체는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회귀 진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의 능력과 열정들을 지구상에 모두 쏟아 붓고 재물과 영육을 다 비우고 빈 손으로 온 것처럼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며, 축복이고, 소임을 다 하는 것이다.
제 몫과 역할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말자는 것이다. 인간의 짧은 생각에 인생은 ‘단 한번’에 끝나 버리는 허무한 ‘일회용 인생살이’로 보이지만, 세상사에는 보이지 않는 또 무언가 있다고 믿고 자연이치에 순명하며 공을 들이고 덕을 쌓아 가야 한다.
분명히 인간은 물질과 마음을 얼마나 베풀고 나누며 기여하며 사느냐에 따라 동물과 다르다. 거기에 의미를 두고 보람과 행복을 느껴야 할 것이다.
몸을 사리고 마음을 조이는 비굴한 삶은 인간의 탈을 쓴 동물의 삶이고,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고귀한 삶이란 몸을 펴고 마음을 당당히 활짝 여는 떳떳한 삶이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종한(빈첸시오·안동교구 서문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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