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이혼이 많은 때가 없다. 처음 만난 남녀가 호감을 나누고 사랑을 나눠서 삶을 함께 나누게 되는 것이 결혼이겠다.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인정해가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다툼도 많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상대가 가진 고유한 요소들을 허락하면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존중으로써 살아간다.
이혼하는 이들은 모두 자기 나름의 정당성과 필연성을 갖고 있겠지만, 많은 경우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세로부터 틈이 갈라진다. 고유한 상대의 인격과 성품을 인정하지 않고 억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로부터 애정은 깨어지기 시작한다.
때로는 어느 한 편이 “이건 아니다”싶어 일방적 양보를 하기 시작한다.
한 번 두 번은 기꺼운 마음으로 희생적으로 양보를 하지만 계속 되풀이되는 과도한 양보는 자기 정체의 부정으로 여겨진다.
사실은 서로 이렇게 자기 혼자 양보한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불만이 쌓여가고, 어느 순간 폭발한다. 그러면 부부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부부가 참된 일치와 친교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충분히 인정해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존중과 확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 자신이 자기 정체성을 온전하게 존중할 때, 상대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존중해 줄 수 있다.
교회의 일치 문제 역시 그 출발은 충분히 ‘자기 중심적’이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인식이 없이 어찌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서 친교를 나눌 수 있을 것인가. 폐쇄되지 않은 자기 정체성의 분명한 인식을 통해서야 비로소 타인과의 열린 대화가 가능하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발표한 문건을 두고 말이 많다.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더 말이 많다. 그것도 격렬한 분노와 실망의 감정을 담은 말들이 많다.
신앙교리성에서 교황의 허락을 받아 발표한 이 문건은 교회론에 대한 몇 가지 의문들과 관련해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려고 지침을 준 것이다.
교회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려는 것이 이 문건의 목적이다. 그런데 이 문건이 그리스도교의 일치 노력을 위기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비난하는 이들은 스스로 이해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문건은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서, 공의회의 입장과 반대되는 새로운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원의식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 교회의 자기 부정의 자리가 아니었다. 가톨릭신문 1963년 9월 15일자는 공의회를 올바르게 인식할 것을 신자들에게 촉구하면서 사설에서 말했다.
“이번 공의회가 본질적으로 불변의 교리와 다른 어떤 신기한 것을 발견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대에 맞추어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어 가면서 시대가 주는 위험에서 신자들을 보호하고 신앙생활을 완전히 하도록 하는 길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 뿐이다.”
공의회는 이전의 교리를 바꾸지 않았고, 논란의 최근 문건은 공의회가 바꾼 교리를 다시 바꾼게 아니다. 그래서 이 문건을 두고 “공의회의 정신을 정면 부정한 것”이라든가, “2차 공의회는 전복되는가?”라는 식의 비난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이런 근거 박약한 비난보다는 ‘마리아 교회’라든가, ‘우상 숭배’라든가 하는 식의 원색적 비방부터 자체 정화해야 하지 않을까?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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