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1베드 2, 5)
제 사제품 성구를 생각하게 한 것은 군대에서의 작은 일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훈련소에 입대했을 때였습니다. 신상명세서를 작성하였는데 특기가 문제였습니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대충 적었다가 특기분야로 빠져 속였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닐까 싶고, 그렇다고 안 적을 수도 없고 솔직하게 적기 위해서 저만의 특기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때 문득 신학교 2년 동안의 생활 안에서 찾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신학교에서 제일 자신 있게 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다른 형제들은 빨래방에 맡기거나 세탁기에 돌리는 것이 다반사인데 저는 꾸역꾸역 제 손으로 다 빨래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빨래”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명세서를 거두어서 읽던 조교가 화가 난 투로 “야! 특기에 뭐 이런 걸 적는 놈이 있냐!”하면서 “야 ‘빨래’라고 적은 놈 누구야!” 아뿔사 전 일이 잘못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조교가 일어선 저를 쳐다보고 피식 웃고, 다른 동료들은 박장대소를 하고 창피를 톡톡히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조교가 한 마디 했습니다. “근데 ‘고스톱’이라고 적은 놈은 뭐야” 일순간 저에게 쏠렸던 시선들이 고스톱 친구에게 향했습니다. 다행히 조교와 훈련병 모두가 한바탕 웃고 넘어가는 작은 사건이 됐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신학교에 복학하면서 사제로서의 저의 특기를 찾으려고 노력하였지만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공부도, 언변도,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사목분야도… 사목자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때 베드로 사도가 생각났습니다. 베드로 역시 학식이 뛰어난 분도 아니었고 인품이 뛰어나지도 않은 그분이 사도들의 으뜸이 되신 것을 보니 저 역시 무엇을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분의 돌같이 단단한 열정을 본받아 교회에 봉사하겠다는 것이 목표가 됐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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