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봄, 소설 ‘그 영원한 달빛, 신사임당’을 출간하고부터 내내 별러온 숙제가 있었다. 파주에 있는 자운서원 경내의 사임당 묘소를 참배하는 일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사임당의 가정교육’에 대한 순회강연회가 있어 서둘지 못하다가 지난 18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전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고 구파발까지, 다시 파주행 시내버스로 은행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인 통일로를 달려 정오가 넘어서야 목적지 법원리에 도착했다.
오랫동안 그리던 <紫雲書院>. 경내에 들어서니 상서로운 기운이 감돈다.
잘 가꾸어진 뜰도 아름다웠지만 자운산이 경내를 뱅 둘러싸 마치 숲으로 담을 친 것 같았다.
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가족묘역으로 갔다. 사임당의 묘소를 맨 먼저 찾아 상석 위에 준비해간 책을 얹어 놓고, 깊은 존경을 담아 재배하였다. ‘늦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속삭이면서.
이어서 율곡 선생의 묘소에 재배하고 오른 쪽에 세워진 비석 앞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서 나는 아주 특이한 체험을 했다. 비석 표면에서 여러 송이의 무궁화꽃을 본 것이다. ‘어머, 무궁화!’ 라고 말하는데, 소장이 비석에 손을 대며 설명한다.
“이곳이 한국동란 때 격전지였거든요. 이게 바로 총알 맞은 자국이지요.” 동란의 흔적인 파편 자국이 왜 나에겐 무궁화 꽃으로 보였을까.
애국애족하면서 청렴의 본을 보였던 율곡 선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주 기도를 드리게 됨은 나만의 정서일까?
하느님, 부디 우리에게 올바를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안영 (실비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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