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동포 병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가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등 여러 단체와 함께 추진해온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항생제 공장 건립사업이 끝나 그 준공식에 참가하는 방북대표단의 일원으로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다녀왔다.
북한은 지난 2005년 용천 참사 때 확인된 바와 같이 필수의약품 부족이 심각하다. 급성호흡기 질환, 세균성 설사와 같은 가벼운 질환에도 목숨을 잃는 일이 흔해 시급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생명구호활동을 벌여나감과 동시에 남북교류와 화해 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는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항생제 공장을 김일성종합대학 안에 건립키로 하고, 건물과 노동력은 북측이, 설비와 장비는 남측이 지원하기로 한 합의는 2005년 9월 18일에 이루어졌다. 공사기간은 2006년 1월부터 2007년 5월까지였고 건립규모는 1, 2층 약 350평. 생산규모는 월 80만 캅셀이다. 이런 모든 일의 북측 의논 상대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였다.
이번에 완공된 항생제 공장은 순수한 부산지역 민·관의 노력으로 이루어졌으며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던 지난해에도 정세와 관계없이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진행하며 부산이란 지역이 북측과 상대하여 이루어낸 쾌거라고 할 수 있다.
8월 3일 오전 9시, 방북단 일행 70명은 김해공항에서 고려항공기를 타고 10시50분 북한 순안 공항에 도착했다. 고려항공기가 빈 비행기로 남쪽으로 와 방북단을 태워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항생제 공장 준공식에는 우리측 대표인 김동수 박사와 조길우 부산시의회 의장의 경과보고와 인사말씀, 북측 민화협 대표 외 또 한 사람의 답사와 감사말씀의 순으로 진행되었고, 일행은 바로 덧신에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항생제 공장 내부시설을 돌아봤다. 완제품인 캅셀 하나를 들고 한글로 인쇄된 약효와 용법을 읽어 보면서 이 약으로 북녘 동포들이 병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튿날은 묘향산 국제친선관람관으로 갔다. 평양에서 자동차로 북향 두 시간 거리였다. 가는 길에 을지문덕 장군이 수군 30만을 수장시킨 것으로 유명한 청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기도 했다. 이날 저녁에는 10만 명이 한꺼번에 출연해서 1시간 반 동안 카드섹션과 집단체조로 온갖 볼거리를 제공하는 아리랑공연을 관람했다. 그 일사불란함, 현란한 색채, 절도 있는 동작이 경탄을 넘어 어떤 광기로 비치면서 두려움까지 느끼게 했다.
사흘 동안 부지런히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본 거리에는 요란한 간판도 없었지만 그 간판의 용어는 하나같이 순 우리말이었다. 무슨 국수집, 무슨 옷상점, 시내의 한 터널은 ‘금릉동굴’이라고 새겨져 있었고, 교량도 무슨 다리였지 무슨 교가 아니었다. 길 이름도 무슨 로가 아닌 무슨 길이었고, 어쩌다 본 승용차는 ‘휘파람’, ‘뻐꾸기’, ‘삼천리’라는 이름의 북한산 승용차여서 한국의 국어 경시 풍조, 외래어 남용을 걱정하고 있는 나로서는 예사롭게 볼 수 없었다.
돌아오는 날은 대동강에 묶여 있는 미해군의 푸에블로호(1968년에 간첩선으로 나포된)와, 엄청난 구조물인 170미터 높이의 주체탑을 돌아보고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 봤다. 푸에블로호에서는 부질없는 허세가, 주체탑에서는 굶주리는 인민들의 얼굴이 오버랩 되었다.
이규정(스테파노·소설가·전 부산교구평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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