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은 전례력으로 성모승천대축일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성모신심이 깊었던 한국교회는 특별히 민족이 외세로부터 해방된 이날이 성모승천대축일과 때를 같이 한 것에 대해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즉 우리 민족이 고통과 시련으로부터 벗어난 것에 대해서 성모님의 은총과 보살핌의 덕분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들은 성모승천대축일을 맞게 되면 민족의 평화와 안녕, 외부로부터 강요된 전쟁으로 말미암아 허리가 잘린 민족의 재일치를 염원하며 특별히 성모님의 전구를 빌며 민족을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근현대 민족사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과제로 남겨진 화해와 일치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회는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결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방법으로만 이뤄져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우리는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에 따라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함께 해주심으로써만 민족의 화해와 일치가 가능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향한 여정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하느님께 정성을 다해 바치는 기도임을 알고, 모든 민족화해 노력의 최우선적인 과제로서 평화를 향한 기도운동을 권고한다.
민족이 해방을 기쁨을 누린 광복절은 이처럼 민족의 화해를 위한 기도를 바치기에 가장 적절한 때이다.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은 결코 민족의 역사, 민족의 운명과 유리되어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성모님께서 하느님으로부터 들어올리심을 받으신 성모 승천의 의미를 더욱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온전히 순명하심으로써 구세주의 구원 사업에 가장 모범적으로 동참하신 성모님의 전구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줄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
신앙의 모범이실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있어서 참으로 어지신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통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조국과 민족의 평화, 화해와 일치를 간구하는 것은 한국 교회 모든 신자들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성모승천의 뜻 깊은 대축일을 맞아 형제적 사랑으로 일치된 민족의 미래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바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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