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들의 구원관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증거들이 이런 우려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한다. 신자들이 가톨릭 신앙을 통한 구원을 확신하지 못하고, 신앙에 전적으로 투신할 근거를 찾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성사생활을 하는, 소위 수계(受戒)신자의 감소와 쉬는 신자의 증가 등은 하나의 표면적인 징표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이유가 궁극적으로 구원에 대한 확신 부족에 있다는 점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본지가 올해 80주년을 맞아 실시한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도 징후는 나타난다. 한국 교회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응답은 20년 전에 비해 31%나 떨어졌다. 물론 그 원인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사회 경제적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생계곤란, 회의(懷疑), 조직과 인간에 대한 비호감 등 그 모든 악조건들을 이겨내고 신앙에 투신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 신앙의 종착점, 바로 영원한 생명(구원)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라는 점에서 교회의 미래에 대한 비관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과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불교 한 종단의 조사에 의하면 “윤회(輪回)를 인정하는” 가톨릭 청년들이 응답자의 절반에 달했다는 예기는 자료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 어쩌다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는지 절박한 심정마저 들게 한다.
구원관이 흔들린다는 것은 구원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희박하다는 뜻이다. 한시라도 빨리 그 원인을 찾아 조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우선은 교회가 강도 높은 신앙재교육과 신앙체험의 기회를 자주,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현실에 대한 인식을 냉철하게 공유해야 한다. 그 일차적인 과제는 아마도 본당사목 사제들의 몫이다.
신자들 스스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종교적 가르침과 삶을 내면화하고 깊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최근 발표한 ‘교회에 대한 교리의 일부 측면에 관한 물음에 대한 답변’ 문서는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톨릭 신앙의 정체성에 관한 이 문서는 “다른 종교들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을 배척하지 않지만 “그리스도의 유일한 교회는 가톨릭교회 안에 있고”, 참된 구원 역시 가톨릭 신앙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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