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화 넘어 생명의 문화로
우리나라에는 사형수가 65명이 있다. 사형수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라 두렵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응징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강력한 처벌을 원하며 그 처벌이 사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이 왜 사형수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사형수 개인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 문제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없애면 우리 사회가 범죄가 없는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과 사회에 면죄부를 제공한다. 개인의 잘못, 사회의 잘못이 아니라 한 개인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몰아놓고 한 사람을 처벌함으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범죄자를 처벌하고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의 범죄는 사라지는가. 우리는 사형집행에 대한 문제보다는 어떻게 하면 끔찍한 범죄를 예방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사형수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마음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1년 반 전 어느 일간지에서 사형수 63명에 대한 학력, 가정환경, 종교 등을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에 의하면 사형수들의 학력은 평균 중졸로 나왔다. 그런데 사형수들의 범행 당시 평균 나이가 34세인 점을 감안하면 학력이 일반인에 비해 더욱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범행 직전의 직업도 무직이 34명이나 되고 종업원, 선원, 목공예, 유흥업 등이어서 거의 모두가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정환경 역시 양친이 살아있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성장기를 보낸 사형수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편모나 편부, 고아나 극심한 가난 그리고 아버지 학대 등 불우 환경의 성장기를 겪었다.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도 범행 전 이혼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학대받던 소년 시절은 부자나 사회에 대한 증오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 불우했던 가정환경이 사형수로 전락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고 분석한다.
내가 만나고 있는 사형수들도 대부분 불우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 이들은 고아로, 가정의 불화와 폭력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너무 일찍 가정에서 이탈하여 비행에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형수도 꿈과 희망이 있었지만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함으로 좌절과 절망을 너무 일찍 체험하고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대부분 사형수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족들 역시 가난하고 가족관계도 단절된 경우도 많아 변호사를 제대로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사형수는 이렇게 말한다. “밖에 있을 때는 인간취급 받지 못했는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사형수가 되어서 사람대접 받습니다.” 사형수가 되어서야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받아주고 조건 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만남과 신앙을 통해 변화가 시작된다. 그토록 저주하고 미워했던 세상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아파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용서받지 못할 자신을 피해자가 용서해주는 용서를 통해서 사형수들은 다시 태어나게 된다.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고,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출소자들은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갈 곳이 없다. 그들을 환영하는 가족도 없고 사회도 없다.
모두가 외면하고 받아주지 않는 그들이 절망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것, 즉 희망 없는 삶에 대한 분노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이 결과를 한 개인의 잘못으로 내몰고 그 사람을 이 사회에서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의 해결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반성하는 가운데 그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본다.
엄청난 빈부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심화되고, 생명보다는 경제적 가치가 우선인 이 사회가 엄청난 범죄를 만들고 사형수를 양산하고 있다. 약육강생 속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죽음의 문화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생명도 죽여서는 안 되고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생명까지도 존중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형폐지운동은 바로 이 사회의 모순을 같이 아파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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