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정부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독소조항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오는 9월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국회 통과 여부를 확신할 수 없지만, 그간 교회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것 없이 마지막 입법 관문을 남겨두고 있는 현 상황을 개탄하며 다시 한번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의 재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생명윤리법 개정안은 지난 5월 2일 입법 예고됐고, 5월 16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공청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생명윤리법 개정안과는 별도로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법률안이 지난 3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나, 입법예고 과정이라며 정부가 마련한 공청회의 내용을 보나 우리는 과연 정부가 인간생명을 존중하고, 그에 관한 윤리 지침을 제대로 세울 의지가 있기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교회 인사는 “정부, 의료계, 과학계, 산업계가 각자의 입장만을 반영시키려 때를 써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끼어들 바늘구멍 같은 틈도 없어 보였다”고 한탄했다.
가장 큰 쟁점은 ‘배아가 생명체인가, 아닌가’ 이다. 교회는 수정(授精)의 순간부터 생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명윤리법은 배아 형성 개념을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해놓았다. 따라서 배아를 세포군으로, 즉 생명체가 아닌 단순 물질로 잘못 해석할 위험이 충분하다는 것이 교회 입장이다.
또 어떠한 경우라도 인위적인 배아생성은 허용되어서는 안되며, 각종 인간 배아 이식과 관련한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배아복제연구에 대한 국고 보조는 살인(殺人)을 조장하고 방조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일부에선 배아를 생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해 말한다. 14일이 지난 배아는 생명이며, 그 이전까지는 세포라는 식의 논리다. 그들에게 묻는다. ‘배아’를 그대로 두면 ‘인간’ 외에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소, 돼지나 말이 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배아는 100% 인간 밖에 되지 않는다. 배아는 인간 외엔 그 무엇도 되지 않으며, 따라서 배아는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체다. 다만 아직은 가능태(potentia)일뿐이다.
생명윤리법 개정에 관한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대중의 무관심과 무지(無知)다. 우리 신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무관심은 방조를 낳고, 결국엔 살인의 동조자로 전락할 것이다. 모르는 것도 면책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전 교회차원을 넘어, 범국민적인 생명수호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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