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이사 54, 10)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 흰머리가 늘어가는 겉모습만큼이나 처음 서품 받을 때의 마음도 많이 퇴색되어진 지금이지만, 주변 환경이나 나 자신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내 삶의 어느 한 순간도 주님의 자비와 사랑이 나에게서 멀어진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굳게 믿는다.
서품 받은 지 2년만에 물귀신이 될 뻔했다가 살아난 일이 있다. 그 때 내가 다시 살게 된 것은 어머니께서 바친 묵주기도의 은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 나는 성모님께 내 남은 삶을 봉헌하고 성모님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남양본당에 부임하여 남양 순교지의 성역화를 담당하게 된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오직 묵주 하나를 손에 들고 일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땅을 사지 못한 채 개발을 하다 보니 땅 주인들에게 수없이 고발을 당하고 욕을 먹고 경찰서로, 검찰청으로 불려 다녀야 했다. 인간적으로 감당이 안 되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닥칠 때마다 성체 앞에서 양팔 묵주의 기도를 바치고, 맨발로 묵주기도 길을 걸었다.
그런데, 지난 해 우연히 성지의 모습을 항공 촬영한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런 설계도면 없이 10여 년에 걸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금씩 넓히고 다듬어 만든 성지의 광장과 묵주기도 길 윤곽이 자비의 성모 이콘(블라디미르의 성모 이콘)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당신께 의탁하는 나의 손을 잡아 주시고, 내가 하는 모든 일에 함께 하시며 이끌어 주시는 주님과 성모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는 다시금 나 자신을 온전히 주님과 성모님께 맡겨드리며 의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나를 가엾이 여기시는 주님의 말씀을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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