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에 수고가 많았던 어머니들이 이순 나이에 다시 손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딸 가진 엄마들은 산후조리 때부터 꼼짝 없이 수고를 해야 한다. 대가족 시대에는 시댁 식구들이 맡아 했던 그 일이 이제 친정엄마 차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 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모두들 힘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친손자가 아니라 혹여 잘못 될까 신경이 쓰여 정신적으로도 피곤하다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도 손자 보는 사람이 몇 있다. 한 친구가 어느 날, 푸념 삼아 내게 말했다.
“너는 좋겠다. 늙어서도 글 쓰면서 문서 선교도 하고 얼마나 좋아. 나는 이 집, 저 집 자식들 애 봐 주러 다니느라고 정신없다. 아예 애보개로 전락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애보개라니,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해? 한 생명을 돌보는 것처럼 좋은 봉사가 어디 있다고. 하느님 보시기엔 그 일이 가장 값지고 아름다울 텐데…. 그리고 애기한테서 너도 생명의 기운 흠뻑 받고 있잖아. 두 번 다시 ‘애보개’라는 말 하지 마. 대신 ‘생명봉사’라고 해. 알았지?”
친구는 그 말을 듣고 대번에 수긍했다. 내가 만들어 낸 ‘생명봉사’라는 말이 아주 딱 맞는다고 좋아했다. 그 뒤부터 어떤 모임이 있어 전화하면 의기소침했던 전과 달리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 못 가. 오늘은 딸네 집에 생명봉사 가는 날이야.”
웃음 가득 머금은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덩달아 기뻐진다.
안영(실비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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