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파문이 일었던 학력 위조의 추문이 사회 전체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지금까지의 사례들에 그치겠는가. 미뤄 짐작컨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들까지 포함하면 학력 위조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을 것이 틀림없다.

강제로 적발되기 전에 학력 위조 사범들의 커밍아웃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처음에야 부끄럽겠지만 두고두고 조바심치는 좌불안석의 처지에서 벗어남이 오히려 편안하지 않겠는가.

이번 사태는 결국은 발생할 것이었다. 한 두 명이 그랬다면 그냥 덮어두고 갔을 수도 있고, 드러났다 해도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지만,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듯이 그렇게 많은 이들이 상습적으로 벌인 위조 행각이 어찌 무사히 넘어갔겠는가.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학력 위조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개인 차원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물론 책임이야 각 개인들이 질 일이지만 애당초 이 사건은 잘못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됐다.

모든 사안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사건을 단순화해본다면 “편협한 사회 구조 안에서 기회를 얻기 위해 벌인 일종의 기만 행위”들이다.

흔히 학력, 학벌 위주의 사회 안에서 속된 말로 긴 ‘가방끈’이 주는 효과는 크다. 가방끈이 길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공의 기회는 꽤 많다.

그래서 짧은 가방끈으로는 자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는 편협한 사회 구조 속에서, 학력 위조에 대한 유혹은 강하고, 어쩌면 우리 사회가 거짓을 조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저명인사들은 이러한 사회적 편협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거짓을 그 한 가지 방편으로 삼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그에 따라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들을 차지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이들이 거짓 학력을 수단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부여해줄 만큼 포용력이 있었다면 굳이 거짓말을 해서 자기 양심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력 위조의 사기 행각은 사회적 책임의 혐의가 짙다.

물론 사회 구조에서 일단의 책임을 찾는다 해도, 거짓말에 대한 당사자들의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아무리 사회 탓을 해도 결국은 궁색한 자기변명일 뿐이다.

다만 추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벌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와 관습에 대해 짚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한 일이었지만, 필자는 이번 사태가 오히려 기존의 학력 위주의 가치 평가 기준을 탈피할 좋은 기회가 된다고 본다.

학력 위조가 드러난 인사들 중에서는 학벌과 무관하게 이미 그 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이들이 많다. 학력이 위조된 것이라고 해서 그들이 쌓아올린 업적들까지 부정될 이유는 없다. 아직 커밍아웃을 안 한 이들은 속히 대중 앞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자. 그럼으로써 이미 적발 혹은 고백한 이들과 함께, 겸허하게 합당한 비난을 감수하자.

나아가, 필요하다면 학력을 속임으로써 얻은 사회적 지위나 명성까지도 포기하고 새롭게 출발하자.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자.

그럼으로써 자신의 업적과 능력이 학벌에서가 아니라, 갈고 닦은 능력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