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느님 우정·사랑 가득하길
사람은 사랑하는 존재
우리는 종종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사랑하곤 한다. 그래서 사람은 적지 않은 것들을 바라고 원한다. 좋은 집, 맛있는 음식, 소중한 친구, 돈, 지식….
플라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측정하는 큰 그릇’이라고 말하면서 그 안에 커다란 원의(願意)를 채우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랑을 하고 그 사랑하는 것을 이루려 한다. 음악을 사랑하면 음악인이 되고, 하느님을 사랑하면 종교인이 된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플라톤에 의하면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과는 달리 하느님은 필요한 것이 없고 그 어떤 원의도 없기 때문이란다. 성경에서 그러나 하느님은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셨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요한 3, 16)
에로스와 아가페
고대 작가들은 “에로스(Eros)는 본디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뜻으로 나타나는 사랑의 형태”라고 하였다. 곧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는 뜻이 에로스에 담겨 있다.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바라는 것, ‘to have’가 에로스이다. 이 에로스가 인간의 사랑이 되어 육체적 사랑, 부부간 사랑, 남녀 간 사랑으로 옮아갔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고 있는 사랑은 아가페(Agape)인데 사랑에 대한 보상을 이 지상에서 기대하지 않는다. 무상의 사랑, 조건 없는 사랑, 내어주는 사랑, 희생으로서 사랑,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이다. 에로스가 소유하는 사랑이라면 아가페는 내어주는 사랑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이 된 후 교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는 당신의 첫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에로스의 아가페적 해석을 내어놓아 에로스 사랑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에로스는 하느님의 아가페 사랑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정
우정은 보다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활력을 주는 사랑이다. 우정은 빈번한 접촉, 보다 친밀한 관계를 이루는 사랑이다. 친구들은 만나는 장소가 따로 있다. 영화관, 음식점, 놀이터, 게임장, 혹시 도서관·
인간들 사이에서 우정은 친구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일을 할 때 서로에게 힘을 주고 용기가 나며 서로간의 신뢰가 싹튼다. 함께 영화보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같이 뛰어놀고, 특히 친구의 고통이나 불행을 함께할 때 우정의 깊이는 더 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사람은 하느님과의 우정을 이룰 수 있을까? 그분과 함께 깊고 내밀한 접촉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느님과의 우정은 바로 그의 계명 곧 아가페 사랑을 지키면서 하느님의 일에 협력할 때 깊어진다. 친교와 함께 일을 하는 협력을 넘어서서 우정은 먼저 상호 이해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비밀을 갖고 있다. 그 비밀을 누구에게나 털어놓지는 않는다. 다만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하느님의 비밀
하느님도 비밀을 가지고 계신다. 그것을 우리는 신비라고 부른다.
하느님의 삶은 해석할 수 없는 신비, 비밀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신비, 그 비밀을 당신 삶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자들에게 알려주신다.
그 신비가 바로 아가페 사랑이다. 하느님은 그 아가페 사랑을 계시로 드러내셨다.
신앙생활을 하는 자는 하느님의 아가페 사랑을 배운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 신비를 어떻게 반성하는지를 모르는 듯하다.
교회의 수많은 성인들은 이 진리를 묵상할 때 에스타시 황홀경을 체험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비밀 아가페 사랑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그분과의 우정 속에서 아가페 사랑인 하느님의 진리와 신비를 관상하면서 성장한 자들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신앙인들을 통해서 모든 분야에 하느님의 사랑과 우정이 가득 차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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