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한창 논쟁이다. 개그맨 출신 감독이 만들었다는 편견 없이 작품을 봐달라는 제작사, 심감독의 노력을 봐서라도 영화 내용보다는 특수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부르짖는 네티즌들, 내용적 측면에서 너무 부실한 이 작품을 특수효과만으로 점수를 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편견이라는 영화인들. 이러한 논쟁의 이유는 다름아닌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 보지 않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작자의 고충에 대한 동정심과 평단의 미지근한 반응에 흥분한 네티즌의 비뚤어진 ‘문화 애국주의’가 논쟁의 촉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도 우리는 교황의 문건으로 인해 생긴 논란을 경험한 바 있다.
매스컴은 앞다투어 ‘교황이 다른 종교를 폄하한다’며 보도했고, 타종교계에서도 교황의 발언에 대해 비난했다.
논란이 됐던 문건은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교회에 대한 교리의 일부 측면에 관한 몇 가지 물음들에 대한 답변’으로, 문제 제기됐던 “그리스도가 세우신 유일한 교회는 가톨릭 교회 안에 존재한다”라든가 “16세기 종교개혁에서 생겨난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성품성사에서 사도계승을 보존하고 있지 않은 까닭에 성찬 신비의 참되고 완전한 실체를 보존하고 있지 않으므로 가톨릭 교리에 따라 고유한 의미에서의 ‘교회들’이라고 불릴 수 없다”라는 부분은 다른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가톨릭 교회의 본질을 재확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자신들의 교리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해 오고 있다. 가톨릭 교회도 그런 의미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확고하게 한 것일 뿐, “가톨릭만이 진정한 교회다”라고 한 적은 없다.
신앙인들은 간혹 본질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에 호도되어 하느님과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우리는 그 분의 말씀을 그 자체로 받아 들이고, 내 귀에 들리는 사람들 저마다의 해석이 아닌, 가슴으로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준우(라파엘·전주 중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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