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0년만에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 당장 잠자리를 잃은 수재민이 20만명에 이르고, 전체 농경지의 11% 이상이 침수됐다고 한다. 평양 시내가 대부분 물에 잠겼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 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당국이 세계식량계획에 지원을 요청했고, 유엔 조사단도 피해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정부가 생필품과 의약품 등 71억원 상당의 구호품을 긴급 지원키로 한 가운데 민간 단체들의 지원도 잇따를 전망이다.
국제 카리타스 대북 지원 실무 추진 기구인 한국 카리타스(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도 북한과의 실무 접촉을 통해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 계획을 수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는 차제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북한 수재민들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미 알려진 바 대로 북한 사회는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려왔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북한 아동의 8~90%가 만성 영양부족 상태이다. 북한을 이탈하는 새터민(탈북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실은 대부분 굶주림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교회를 비롯한 정부와 국내 민간단체들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꾸준히 펼쳐왔다. 최근엔 ‘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가 평양 김일성종합대학내에 항생제 공장을 세우고 8월 3일 준공식을 가진 바 있다. 북녘 동포들이 병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남측 민간단체의 간절한 염원이 2년만에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북한 수재민 돕기는 단순히 한 핏줄인 동포에 대한 동정에 그치지 않는다. 고통중에 있는 이를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의무다. 특히 ‘인도적’ 지원은 그 대상과 득실(得失), 논리적 근거를 따지기 이전의 문제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일이다.
이 와중에 서울대교구와 대전교구가 8월 26일 혹은 9월 2일 주일에 북한 수재민 돕기 2차헌금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속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전국 교구에 협조 공문을 보내 공동체 상황에 맞는 특별 기도와 지원을 당부했다.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상황과 남북 정상간의 만남 등 미묘한 국내 상황과 맞물려 혹여 북한 수재민 돕기의 순수성이 이러한 정치 논리에 휘둘려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북 지원 실무 추진 기구인 한국 카리타스의 주도로 북한 수재민 돕기에 큰 성과가 있기를 바라며, 아울러 북한의 수해복구와 상호 협력이 향후 남북이 더욱 가까워지고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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