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5년 전 종교문화교류 행사 일환으로 불교단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교도소를 방문해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누군가를 해치거나 혹은 살인을 하고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시작하면서 본 그들의 모습은 제 주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아노 선율 한 음 한 음에 감동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들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생명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주어진 주님의 선물을 함부로 빼앗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배아줄기세포 연구, 낙태, 자살 등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우리사회에는 생명경시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사형제도의 존치는 이 같은 생명경시풍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주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형제도 존폐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동시에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반성할 시간도 없이 사형이라는 제도적 살인행위로서 그들을 단죄한다고 해서 희생자와 가족들의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더불어 사형수 및 수감자와 가족간의 관계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받아 온 저는 가족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가족들이 저를 후원해주고 믿어주었기에 사회로부터 오는 편견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사형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다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부산의 교도소에서 장기수형자 가족 사랑캠프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수감자와 가족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생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하지만 사형수도 수감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도 우리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형제도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형수들이 주님께 용서를 구하고 다시 착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그들을 이끌어줘야 합니다. 특히 가톨릭신앙을 갖고 있는 신자들은 성경을 통해서 ‘용서’라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한다’(마태 18, 22)라는 성경구절은 신자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형수도 우리가 용서해야 할 수많은 이웃 중에 한 명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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