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
신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마음을 울리고 떠나지 않는 성경구절이 생겼습니다.
그 구절은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 6장 14절에 담겨있는 “나에게 자랑할 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였습니다.
왜 마음에 머물러 떠나지 않는지, 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때는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마음과 기억에 담아두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서품을 받을 때쯤, 예수님께는 유언이면서 우리에게는 새 계명인, 요한복음 13장 34절의 말씀이 앞서의 구절과 연결되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앞부분에 해당하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해답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두 성구는 하나같이 자신을 비우고 예수님으로 그 빈곳을 채워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비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예수님으로 그 안을 채우기 위해서 비우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나의 재능이 아닌 예수님의 십자가를 자랑해야 하고, 내 방식대로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의 방식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예수님의 십자가가 아닌 나를 자랑하고 있고, ‘예수님처럼’이 아닌 내 맘대로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문득문득 돌아보게 됩니다. 때로는 왜 비워야하는지를 잊은 채, 비우는 것에만 열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는 여지없이 문제가 생겨나는 것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분으로 내 안을 채우는 것이 절실함을 더욱 더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비운 그만큼만 채울 수 있다는 것도, 그 힘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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